※갤리라이; 만화 <진격의 거인>의 등장인물 포르코 갤리어드x라이너 브라운의 CP 名

※원작의 캐릭터 해석을 기반으로 하나, 동인뇌를 통해 유성애 감정으로 재해석+곡해하고 있는 부분 많음

※지극히 개인적인 주접글



기본적으로 마레 전사대 내의 캐릭터들의 관계성을 이해하려면, 먼저 그들이 처한 특수한 환경을 생각해야한다고 본다.

마레 내의 엘디아인들은 좁은 레벨리오 수용구 안에서 과거의 자기 민족이 저지른 죄를 상환하며 살아가고 있다. 태어났을 때부터 팔에는 차별을 상징하는 완장이 채워지고, 전 세계 사람들은 그들을 미워한다. 그런 만큼 그들은 더더욱 하나로 결속하며 서로에게 더 깊은 동포 의식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타인이라 할지라도, 이 작은 마을은 하나의 가족이고 레벨리오구는 그들의 집이니까.

젖니도 채 빠지지 않았을 때부터 후보생으로 모집되어 아웅다웅 자라난, 그리고 함께 다음 세대를 동생처럼 길러내는 전사대에 이르러서는 이러한 동료 의식이 더더욱 깊어진다. 그들은 비록 서로 성격적으로 맞지 않더라도 운명으로 묶인 유사가족이자 공동체이고 언제까지나 같은 길을 걸어갈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동시에, 말 한마디 잘못하면 친구나 가족끼리도 서로 고발당해 낙원행을 당할지도 모르는 사회 속에서 그들은 진정으로 무엇을 느끼는지 무엇을 생각하는지 서로 간에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없다. 그저 은밀히 마음속에서만 상대를 배려해주고, 아껴줄 수밖에…. 그리고 서로의 애정을 그저 어렴풋이 헤아릴 수밖에는 없는 것이다.




이 관계 또한 그렇다.


유년기


전사대 후보생 모집 시험을 봤을 때 그들의 연령은 아마 각각 베르톨트, 애니 - 5세 / 라이너, 포르코 - 6세 / 마르셀 - 7세 일 것이다.[각주:1]


그러므로 포르코 갤리어드와 라이너 브라운의 첫 만남은 그들이 만 6세일 때부터 시작하는 셈이다.



사실 엄밀히 말해서 둘이 처음 만난 것은 바로 이 장거리 달리기 때겠지만, 아무래도 둘 다 서로가 있는지도 몰랐던 것 같으니 이건 제쳐두자.



작문 시험에서 둘은 나란히 앉게 되는데, 사실 이때도 라이너가 포르코를 인식했는지는 의문이다. 엄마를 위해서 전사 후보생이 되어야한다는 압박으로 주변이 전혀 보이지 않았을 테니까.


포르코의 종이는 상당히 띄엄 띄엄 적혀져 있고 펜을 엉뚱한 곳에 두고 멍하니 라이너를 쳐다보는데 라이너의 종이는 엄청나게 빽빽한 게 귀엽다


그 증거로, 포르코가 기억하는 그들의 첫 만남과 라이너가 기억하는 그들의 첫 만남은 사뭇 다른 듯 보인다.


라이너가 갑자기 옆자리에서 징징 짜면서 필사적으로 마레에 대한 충성문을 적어나가는 걸 보고 어린 포르코는 상당히 당황한 것 같다. 포르코의 표정이나, 그때의 기억을 뚜렷이 가지고 있는 것을 보면 그에게는 이것이 꽤나 인상 깊은 경험이었음이 틀림없다. 도저히 6살 먹은 아기 포르코의 작은 머리통으로는 이해할 수가 없던 아기 감자 라이너….


뭐? 너는 왜 그렇게 라이너의 혼잣말에 관심이 많은 거야.


그리고 아무래도 그에게 그런 라이너는 도통 마음에 들지 않는 녀석이었던 듯하다.


이 장면에서 포르코는 라이너의 혼잣말을 굳이굳이 훔쳐 듣고 시비를 건다. 여기서 후죠시는 고뇌하게 된다. 어째서 구태여 그렇게까지 해서 말을 거는 건지. 위에 나타난 그들의 첫 만남에서 포르코가 라이너를 자세히 쳐다보는 것도 그렇고, 이후에 포르코가 라이너에게 시비를 걸며 그의 태도―상관에게 아부를 떠는 모습―을 성대모사까지 해 가면서 자세하게 묘사하는 걸 보면, 평소에도 라이너의 (짜증나는) 행동들을 열심히 관찰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정말 싫고 관여하기도 귀찮다면 자세히 관찰하지도, 그 쪽을 보지도 말고 말도 걸지 말아야하는 것 아닌가. 이건 대체 무슨 심리일까?


그러니까 이것은 유서깊은 남초딩의 관심 표현이며 행동 원리인 것이다!!


…가 아니고, 엄밀히 따져 이 시절의 포르코가 정말로 라이너를 '좋아해서 괴롭혔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왜 포르코는 하필이면 라이너를 특히 마음에 안 들어 하고 시비를 걸려 한 것일까? 그 이유를 이야기하기 전에, 그것이 100% 순수한 싫음만은 아니라는 것을 주장하고 싶다. 우정도 있고, 뭐라 말할 수 없는 관심도 있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크게 네 가지가 있다.


첫 번째로, 라이너와 포르코는 분명히 친구 비슷한 관계였다는 것이다.



라이너는 가비들을 보고 어렸을 때의 네 사람을 떠올린다.


다들 무난한 사복에, 포르코는 브이넥+자켓이라는 간지 조합을 입고 있는데, 라이너 혼자만 정체모를 엄마 스카프랑 이상한 로브 같은 걸 걸치고 있는 점이 재미있다. 극성 엄마가 몇 겹씩 입혀준 것인지….


모두 훈련복이 아닌 사복을 입고 있는 것으로 보아, 또래였던 다섯은 당시에 훈련 때 외에도 사적으로 놀러 다니곤 했던 것 같다.

또한 라이너가 소중한 존재인 아이들을 보고 친구들 넷을 떠올리는 장면 자체가, 그가 친구들에게 가졌었던 정을 표현하기 위한 연출이기도 하다. 그들에게 서로가 단순한 훈련 동료에 그친 것이 아니라 우정 비스무리한 것이 분명히 존재했음을 나타낸다. (애초에 5, 6살짜리 애들이 6년씩 매일매일 같이 훈련을 받고 같이 지냈으니 당연하겠지만.)



이 컷 또한 그들의 관계성을 잘 보여준다. 괜히 또 라이너에게 시비를 거는 포르코와 그걸 말리는 베르톨트, 포르코가 또 라이너를 한대 칠(?)까봐 지켜보고 있는 마르셀…. 아이들이 다 너무 조그맣고 귀엽다. 라이너의 표정으로 보아 딱히 별로 심한 괴롭힘도 아닌 것 같은 점에서 이런 공연한 놀림이나 짓궂음이 꽤 일상적이었다는 게 느껴진다.


두 번째로, 이사야마 하지메가 내린 지옥의 츤데레의 저주로 인해, 진격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인물들은 상대를 괴롭히거나 시비를 거는 것으로밖에 호감이나 우정을 표현하지 못한다.


이 외에도 많은 예시가 있지만 일단 여기까지만 하겠다.


진짜 좀 심각한 수준이다.


세 번째 이유는 이후 마지막 파트에서 설명하도록 하도록 하고, 네 번째 이유로 넘어가겠다.


포르코가 라이너에게 특별한 관심이 있었다고 생각하는 네 번째 근거는, 포르코가 라이너만을 특별히 싫어했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소리야?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천천히 읽어 보라.


우선, 포르코가 라이너에게 특히 시비를 걸었던 이유는 아마 다음과 같을 것이다.

어린 라이너는 꼴찌임에도 쓸데없이 자존심이 강한 꼬맹이였다. 포르코에게 팩트폭력을 당하자 갑자기 급발진해서 발칵 화를 내고, 후보생 시험에서 계속해서 떨어지면서 "젠장…."하고 심하게 안달을 내곤 했던 장면에서 그런 부분이 엿보인다. 자존심과 자존감은 다른 것인데, 라이너는 어머니에게 정서적인 학대를 당하고 자란 환경 등등 때문에 이 무렵부터 이미 자존감이 매우 낮았다. 그렇기에 더더욱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과하게 분하게 여기고, 또 자신이 믿는 신념―파라디의 인간들은 죽여야 할 악마들―에 집착한 것이 아닐까 싶다. 자기가 믿는 것이 옳다고 생각함으로서 열등감을 해소하려는 심리다.



포르코가 없는 곳에서는 그의 말대로 자신이 꼴찌임을 순순히 인정하는 라이너지만, 그걸 모르는 포르코가 보기에 그는 꼴찌 주제에 감히 자신이 거인을 계승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헛된 꿈을 꾸는 자기 주제도 모르는 놈이었을 것이다. 라이너의 노력 과잉인 면―당장 포르코도 작문 시험에서 목격하고 당황한 그 과하게 필사적인 모습―도 그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점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어차피 꼴찌이면서 왜 저렇게 노력하는거지?하는 짜증과 생리적인 거부감, 그리고 묘한 짠함이 들었을 것 같다.


그런데 포르코 또한 성격적으로 자존심이 매우 강하고 고집이 세다. 원작을 대충만 읽어도 도저히 모를 수가 없는 사실로, 그는 전사대 중 프라이드가 가장 높고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 것을 제일 심한 굴욕으로 느끼는 사람이다.


이 대사는 단행본에서 "나를 호두까기 인형으로 삼아 장난감 취급한 죄"로 수정되었는데, 정발판본에선 번역이 수정되지 않았다.(원래 대사부터도 자존심이 철철 흘러넘치지만….)


그렇기에 그런 면에 있어서 어린 포르코는 라이너에게 이질감과 함께 무의식적으로 미묘한 동질감을 동시에 느꼈고, 그럼으로 인해서 일종의 일방적인 라이벌 의식을 가지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공식 연계 사이트 중 포르코 캐릭터 분석의 일부: 포르코처럼 '라이벌'을 가져보세요. 그 상대와 절차탁마하는 것으로 능력이나 재능이….(이하생략)


꼴찌인 라이너가 자신에게 절대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나 굳게 믿으면서도, 동시에 그를 자신의 유일한 경쟁상대로 보고 있던 것이다. 다른 아이들의 장점(체력, 머리, 사격, 격투술)을 쉽게 인정하던 모습처럼, 다른 사람이 자신을 이기는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라이너에게만은 절대 지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기에 갑옷 계승 문제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종종 짓궂게 굴곤 했던 것일 테고…. 

그 마음의 방향성이 어떻든 그것은 분명히 남과 달리 오직 라이너에게만 특별히 품고 있던 감정이고, 거기에서부터 둘의 관계성의 씨앗은 탄생한 것이다.

여담이지만 나는 사실 라이너가 어렸을 때에는 체구도 작고 몸도 약했기에 괴롭힘으로 보인 거지, 사실은 그 정도까지의 일방적인 관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쇼미더머니에 출전한 포르코


솔직히 여기서 틀린 말은 없다. 포르코는 그저 사실을 나열한 것뿐이다. 적어도 없는 말을 지어내서 욕을 하지는 않는다.


어린 라이너는 어른 앞에서 1인칭 僕(보쿠)를 쓰는데, 여기서 포르코가 라이너의 말투를 따라할 때는 ボク(보쿠)를 쓴다. 이 쪽이 조금 더 뉘앙스 적으로는 더 귀여운 척? 어린이인 척?을 하는 느낌이라, 포르코 눈에는 라이너가 상관에게 귀척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는 점이 좋다. 그리고 잘도 안다 싶다. 얼마나 쳐다본거냐...


풀발하는 라이너. 방금까지 담당 일진으로서 라이너를 열심히 갈궈 놓고 모태 정병 꼬맹이의 진짜 광기에는 당황하는 포르코가 귀엽다.


참교육을 받는 라이너


이들의 사회상에서 엘디아 복권파 잔당이라고 보고해버린다는 말은 결국 너희 가족까지 낙원행에 처해버리겠다는 패드립인데, 한 대 맞아도 싼 것이 아닐까. 결국 이 폭력 사태는 라이너의 자업자득인 면이 있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에도 늘 포르코가 라이너를 주먹질까지 해 가며 심하게 괴롭혔다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위의 단체 사진의 사례도 있고, 평소엔 그냥 적당히 짓궂게 굴거나 골리거나 몇 마디 핀잔을 주는 정도 아니었을까.



하지만 가정교육을 판타지로 받은 것도 아니고 가스라이팅과 세뇌로 받은 브라운 가의 아이들은 이 '보고해버린다'는 말이 일상인 듯하니, 뭐 또 굳이 팰 것까지야 없었을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이 놈의 브라운들은 미래의 남자친구를 보고해버리지 않고는 견디질 못하는 듯….


아무튼 포르코는 단순히 거인 계승 문제를 넘어 라이너의 성격이나 기질이 개인적으로 마음에 안 들었기에 좀 심하게 틱틱댔던 것이고, 내심 가지고 있던 라이벌 의식으로 인해 더 짜증을 내고 시비를 건 것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웬수라기엔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 굳이 따지자면 친구는 친구인, 우정도 있고 정도 있는…. 그런 관계가 아니었나 싶다.


포르코 입장에서 라이너가 짜증나는 애였고, 영원히 내 밑에 있을 녀석이었다면 라이너에게 있어 포르코는 어떤 존재였을까? 그 또한 포르코가 곱게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주먹으로 이기지 못하니까 큰 반항은 하지 못했겠지만, 아마도 포르코의 시비가 선을 넘으면 라이너도 그 때마다 발칵발칵 화를 내며 대들었을 것이다.

즉, 포르코의 일방적으로 시작한 감정이 결국은 라이너에게도 그를 자신의 라이벌로 보는 마음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것을 후죠시의 눈으로 보면


그러니까 반쯤은 진심으로 싫어하고 반쯤은 진심으로 좋아하는데 이 좋아하는 감정이 뭔지 몰라서 괜히 츤츤대면서 괴롭혔다는 거지? 어렸을 때부터 짝사랑했다는 거지?


소년기


그렇게 몇 년 동안 둘은 우정인 듯 아닌 듯, 포르코의 일방적인 듯 아닌 듯 한 괴롭힘으로 유년기를 보냈지만, 둘의 관계는 한 사건을 계기로 급격히 전환점을 맞이한다….


포르코 표정이 ㄱ- 이거 같다.


바로 포르코가 아닌 라이너가 갑옷 거인을 계승한 것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서 라이너는 상당히 오만해졌다.

일단 표정부터가 딱 봐도 매우 띠껍다.


대체 왜 멱살을 잡는 것도 아니고 벽치기를 하는 걸까? 갑자기 한국 로맨스 드라마 남주의 행동을 모방하는 꼬마 마초 포르코에게 당혹을 감출 수가 없다. 하지만 후죠시로서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도 자제할 수가 없다.


아까도 말했듯이, 라이너는 스스로도 자신이 꼴찌임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자기와 늘 티격태격했던 포르코를 누르고 갑옷 거인의 계승자에 뽑히게 되었다. 이것은 라이너에게 상당한 으쓱함과 자존감 향상을 가져다줬을 거라고 생각한다. "포코"라며 포르코를 놀리는 별명으로 부른 것이나, "꼴찌는 너였던 거다"는 말에서 라이너 또한 포르코에게 일종의 반발심이나 라이벌 의식을 가졌었음을 느낄 수 있다.


이것은 아버지와 함께 살고 싶고 부모님에게 사랑 받고 싶어서 시한부 인생이 된 라이너가, 바로 그 아버지에게 폭언을 듣고 버림받은 후에도 "그래도 나는 갑옷 거인에 뽑힌 전사니까…."라며 어떻게든 자신을 달랠 수 있을 만큼, 그에겐 엄청나게 큰 의미를 가진 일이었다.


그리고 그만큼이나 큰 빡침이 포르코를 덮쳤다. 무조건 내 아래라고 생각했던, 이 녀석에게만큼은 절대 지고 싶지 않았던 단 한 명의 사람인 라이너에게 져서 13년이나 재수를 하게 되다니…. 굉장히 자존심이 상했을 것이고, 분했을 것이다. 이 일은 포르코의 일생의 트라우마 중 하나가 됐다.

포르코는 라이너가 무엇인가 비겁한 수를 썼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스스로 그렇게 믿고 싶어 하는 것과 달리, 실제로는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정말로 내가 저 꼴찌보다 못했던 걸까? 내가 정말로 무능해서 떨어진 걸까?"하고 자문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것이 포르코에게 영원한 의문이자 일종의 콤플렉스로 남았다는 사실은 이후에 나오는 몇몇 장면들로 더더욱 분명해진다.


하지만 그걸 말하기 전에, 여기서 둘의 관계에 아주 중요한 다른 사람이 등장한다.



포르코와 라이너의 관계에 떼려야 뗄 수 없는 캐릭터인, 포르코의 형 마르셀 갤리어드이다. 그의 존재로 인해서 이 세 명의 인생은 꽈배기마냥 배배 꼬여 버린다.


그 얘기가 왜 여기서 나와…?


사실 라이너의 자만과 포르코의 콤플렉스의 근원―즉, 라이너가 갑옷 거인으로 뽑힌 원인은 형 마르셀이었던 것이다. 그것도 동생을 시한부로 만들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라이너를 희생시켰다는, 가족에게 향한 애정에서부터 온 행동이었다.[각주:2]

하지만 그 행동이 너무나 이기적이었던 것만큼, 마르셀은 동시에 라이너에게 아주 강한 죄책감을 품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의 고백을 듣고 충격을 받아 멍하니 있던 라이너를 밀치고 대신 유미르에게 잡아먹힌 것을 보면 말이다. 


마르셀이 죽고 라이너에게 남은 것은 완전히 훼손되어 버린 인생의 목표와 자긍심, 그리고 마르셀이 나 대신 죽었다는 평생의 죄책감과 트라우마였다. 그가 죽은 후, 라이너가 "마르셀을 연기"하게 되면서 자아를 죽이게 된 것에 관해서는 더 자세히 얘기하고 싶지만, 이 포스팅에서 중요한 부분은 아니므로 나중에 라이너의 캐해석에 관해 얘기하면서 적어보도록 하고….


포르코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따졌을 때, 나는 이 대사들에 주목하고 싶다.



"왜 사과하는 거야…."


어린 라이너는 마르셀이 왜 자신에게 사과해야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 때까지 라이너에게 있어서 전사가 되는 것이란 영광스러운 일이자 자랑스러워 해야 할 일이었다. 어머니도 라이너를 전사로 만드는 것에 한 치의 망설임도 가지지 않았다. 그런데 마르셀이 나를 전사로 만든 것이 사과할 일이라니…?


라이너가 마르셀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지고 5년간 파라디에서 마르셀과 같은 리더를 연기하다가 정신 분열이 오고 각종 험한 꼴을 당하는 동안, 포르코는 지크, 피크와 함께 햄버거를 나누어 먹고 소년병의 몸으로 전쟁에 나가며, 형과 친구들이 언제 돌아올지 기다리고 있었다.


청년기 - 1


5년 만에, 라이너와 베르톨트가 유미르의 신병을 마레 정부에 넘기면서, 17세의 포르코는 자신의 형이 파라디에 잠입한 다음날 아침에 사망했다는 걸 알게 된다. 그 오랜 세월 동안 돌아올 리 없는 사람을 계속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포르코의 나름 괜찮은 인생에 두 번째 고난이자 트라우마가 닥쳤다. 갑옷 거인의 계승에 떨어진 것에 이어서, 형이 허무하게 죽은 것까지. 그리고 그 모든 건 라이너 때문이었다.


1. 갑옷의 계승권 경쟁 2. 형의 죽음 3. 라이너와의 갈등. 포르코의 캐릭터성과 서사를 완벽하게 정리해주는 백점짜리 소개문이다. 시험에 나오니 외우세요.


이제 라이너와 포르코의 관계의 어그러짐은 어렸을 때처럼 단순한 성격 차이나, 감정싸움에서 오는 다툼 수준이 아니게 되었다. 갑옷 계승에 대한 오해와 마르셀의 죽음으로 이제는 사이가 좋아지고 싶어도 절대 좋아질 수 없게 된 것이다. 마음가짐의 문제를 떠나 둘 사이에는 치우기 힘든 벽이 생겨버렸다.


그러나 그것은 어떻게 보면 대화로 풀릴 수 있는 문제였을지도 모른다.

라이너가 만약에 포르코에게 "내가 갑옷 거인을 상속 받은 것은 네 형이 너를 사랑해서 너를 시한부로 만들고 싶지 않아서 나를 희생시킨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고백을 듣고 당황해서 무지성 거인이 오는 걸 보지 못했고 그래서 나에게 죄책감을 품고 있던 마르셀이 나 대신 죽고 말았다."고 사실을 솔직히 말했다면 적어도 둘이 4년이나 헛된 삽질을 하진 않았을 것이다.


츤데레x둔감은 영원히 삽질을 할 수밖에 없는 건가요? 아무래도 그런 편이죠….


그런데 라이너는 포르코에게 솔직히 말을 하긴 커녕, 오히려 그가 마르셀의 기억을 봤는지 신경 쓰는 모습을 보인다. 해당 대사, "마르셀의 기억을…봤나?"는 일어 원문에서는 특별히 강조된 서체로 쓰여 있다. 이것이 이후 전개에 대한 떡밥임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일까? 어째서 라이너는 포르코에게 갑옷 계승과 마르셀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감춘 것일까? 적어도 포르코가 진실을 안다면 라이너를 그렇게나 미워하고 원망하진 않을 텐데 말이다. 이제 초딩도 아니고 단순한 감정싸움을 할 나이도 아니니, 아마 이 오해가 풀렸다면 둘의 사이는 훨씬 가까워졌을 것이다. 그런데 왜 숨겼을까?(혹은, 딱히 알리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을까?)


어린 라이너는 마르셀이 왜 자신에게 사과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라이너는 분명히 이해하고 있다.



라이너는 소중한 사촌동생인 가비의 수명을 줄이고 싶지 않아서 가비를 좋아하는 팔코에게 가비를 구해달라고 부탁한다. 다른 의미로는 팔코를 가비 대신 희생시키려 한 것이다. 분명히 말하건대 라이너는 팔코를 매우 깊이 사랑하고 있으며, 그의 존재는 라이너의 삶의 이유 중 하나이다. 이후에 팔코가 정말로 가비 대신 계승을 받기 위해 노력하자 안타까운 표정을 짓기도 한다. 그럼에도 그 또한 인간인지라 그런 이기적인 마음을 품고야 마는 것이다.


라이너는 이제 전사가 된다는 것이 영광도 무엇도 아님을 알고, 마르셀의 마음을 깊이 이해하고 있다. 그렇기에 마르셀의 이야기를 포르코에게 해주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아마 라이너가 파라디에서 돌아왔을 때에는 이미 포르코가 마르셀의 유품―턱 거인―을 계승한 이후였을 거다. 만약에 그렇지 않더라도 정부와 당사자가 정한 일을 라이너가 막을 수는 없을 노릇이다. 마르셀은 포르코가 오래 살기를 원해서 라이너를 희생시키고 그 탓으로 자신마저 죽어버렸는데, 이걸 지금의 포르코가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지….


라이너는 마르셀을 나쁘게 말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가 왜 그런 선택을 내렸는지 이제는 완전히 이해하고, 또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게 모두 마르셀의 탓이라고 솔직히 얘기하는 것보다, 그냥 자신의 탓으로 해두는 편이 서로에게 좋을 거라고 판단했다. 자기가 전부 짊어지는 게 낫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이미 일어난 일을 가지고 포르코를 괜히 자책하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 의리 있고 동료애가 깊은 포르코의 성격상, 형의 죽음이나 라이너가 희생당한 일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였다는 걸 알게 되면 반드시 미안한 감정을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또 라이너의 입장에서 보기에 포르코는 '어렸을 때부터 늘 별 이유 없이 자신을 싫어했던 사람'이므로, 자기가 실제로 있었던 일을 솔직히 말한다고 한들 포르코가 과연 그것을 믿어주기나 할지 우선 의문이었을 거다.


하지만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는 라이너의 판단이 과연 포르코에게 좋은 일이었을까?



이 일련의 장면에서, 라이너는 포르코가 묻는 모든 말을 그저 긍정한다. 예전의 발칵 화내던 아기 감자가 아니다. 그럼에도 포르코는 이 대답들에 상당히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고, 또 다시 다른 주제로 뭔가를 물어보거나 질책한다.

포르코는 여기서 총 세 번의 질문을 한다. 라이너가 그렇다, 맞다고 말할 때마다 포르코는 약간의 간격을 두고 불쾌한 표정을 지은 후 마치 괜스레 더 물어볼 걸 찾기라도 하는 듯이 또 새로운 주제를 꺼내온다.

하지만 이 대화 내내, 포르코가 가장 화를 낸 건 바로 이 때다.



이상하게도 라이너의 "네 말이 다 옳다"라는 말이 포르코를 제일 화나게 한 것이다.

이건 얼핏 말이 안 되는 것처럼 보인다. 포르코의 불같고 자존심 강한 성격을 고려했을 때, 오히려 상대가 자기 말에 반박하고 말대꾸를 하는 것이 더 화날만한 일이 아닌가. 어째서 라이너가 네 말이 옳다고 긍정한 것이 그를 가장 열 받게 한 걸까.


이 장면에서 포르코는 라이너에게 답을 구하고 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알고라도 싶은 것이다. 내가 정말로 너한테 진 건지, 형은 왜 널 구하고 죽은 건지, 형의 죽음에 대해서 대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어째서 형을 따라한 건지…. 라이너가 포르코가 하는 말을 제대로 듣고 받아들인 후에 차라리 화라도 내고 반박이라도 한다면 적어도 대화라도 된다. 어렸을 때처럼 그렇게 발칵 성질이라도 낸다면 둘이 싸움이라도 한바탕 하고 뭔가 관계가 진전이 됐을지도 모른다. 서로 이해할 수 있었을지도….

하지만 라이너의 태도는 늘 똑같다. "그래, 네 말이 맞아." 매우 회피적이다. 포르코가 하는 말은 전혀 닿지를 않는다. 그래서 포르코는 자신이 아무리 라이너를 자극하고 못된 말을 하고 감정을 후벼도 그저 그렇다고 덤덤히 인정하기만 하는 그의 태도에 가장 화를 낸 것이다. 그가 무엇을 말해도 라이너는 그저 그런 식으로 자기가 다 짊어졌다는 듯이 이 상황을 피하기만 한다. 그렇기에 자존심 센 포르코는 자기가 이 상황을 바꿀 수 없고, 라이너의 감정에 아무런 영향도 끼칠 수 없음에 분노와 비참함을 느꼈을 것이다.


포르코가 유미르의 기억에서 17살 때의 라이너를 보면서, 그는 그 시점에서 유일하게 모든 연령대의 라이너를 알고 있는 사람이 되었다.


라이너의 이런 회피적인 태도는 아까 말했다시피 포르코에 대한 일종의 배려기도 하겠지만, 또 스스로의 멘탈이 너무도 불안정하고 약해져 있기 때문에 누군가와 감정적인 교류나 갈등을 빚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벽을 치는 자기방어 행동이기도 하다. 이미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낸 죄책감의 늪에 너무 깊게 빠져 있어서, 사람 대 사람으로 누군가를 마주보지 못하는 것이다. 포르코 또한 문제에 직접적으로 접근하지 못하고, 공연히 심한 말을 하고 시비를 걸어 자극시켜서 반응을 이끌어내는 방식으로밖에 대화를 풀어나가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니 두 사람 간에 대화가 되지도 않고, 된다고 하더라도 근본적인 문제는 건드리지도 못하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어렸을 때 포르코가 라이너에게 건 단순한 시비와, 라이너에게서 어떤 반응이나 해답을 끌어내고 싶어 하는 이 때의 포르코의 언행은 같은 험한 말처럼 보여도 그 근본적인 감정이 매우 다르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처럼 포르코가 라이너를 이해하길 원했고 대화하고 싶어 했던 것과 별개로, 그에게 강한 불만과 미움을 품고 있던 것 또한 아주 분명한 사실이다. 아니, 오히려 거기에 분명히 존재했던 증오를 부정한다면 둘의 관계성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라이너가 포르코를 보는 시선이 의미심장하다.


ㅂㄷㅂㄷ


포르코가 라이너에게 미움, 콤플렉스, 열등감, 분노를 품고 있었음은 이러한 장면들에서 뚜렷이 나타난다. 저 일을 가지고 11년째 뒤끝이 개조지는 걸 보면 말이다. (게다가 말투나 표정을 보면 아직도 라이너가 뭔가 수를 썼다고 의심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음침한 레벨리오 구에서 6살 무렵부터 소년병으로 살아온 것 치고는 꽤 건강한 정신을 갖고 나름 잘만 살아온 포르코의 인생에 있어 단 하나의 재앙이 있다면, 그건 바로 라이너 브라운의 존재일 것이다.


포르코가 라이너를 '괴롭힌다'고 생각하는 피크가 너무 귀엽다….


…이처럼, 라이너가 마르셀, 베르톨트, 애니를 잃고 마레로 돌아온 지 4년 동안 이들의 관계는 그다지 진전되지 않은 것 같다. 그것은 위에 설명한 바와 같이 두 사람의 생각이나 관계에 대한 접근 방식이 서로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단지 그것 뿐만은 아니다.


청년기 - 2



슬라바 요새 전투 도중, 차력 거인과 턱 거인, 그리고 일반 엘디아인 군에게 적의 퇴로를 막기 위한 전선 후퇴 명령이 떨어진다.


나라를 말아먹을 희대의 동성애꾼


그러나 포르코 갤리어드는 왜인지 철수 명령을 귓등으로 듣고 슬라바 요새에 홀로 뛰어가서 대(對) 거인용 야전포를 부수고 라이너를 구해준다.



척 한번 봐주고 바로 다시 튀는 모습이 예술적이다.


이렇게 상부의 명령을 어겨가면서까지 라이너를 구해준 포르코였으나, 그는 아무래도 이것이 라이너를 위한 행동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내가 구한 건 네가 아니야. 네가 갑옷을 잃는 실수로부터 내 조국 마레를 구한 것뿐이다."


이 문장으로 보건데 포르코는 조국 마레에 대한 충성심이 매우 깊은 것이 틀림없는 듯하다. 그렇다면 그의 조국에 대한 충성심과 애국심을 알아보자.


혼자서만 불만이 가득한 포르코


마레 정부를 비꼬는 포르코


다른 사람 다 잘 있는데 자기 혼자만 불만이 너무 가득해서 축제도 못 즐기는 포르코


그만 알아보도록 하자.


이상의 이유로 포르코의 이 대사―내가 구한 건 네가 아니라 내 조국 마레―는 완전히 헛소리여서 심지어 보는 내가 부끄러워지기까지 하는데…. 이런 식으로 '조국 마레'에 대한 충성심을 방패로 자신의 본심을 감추는 것은 마레에서 자라난 엘디아인 아이들에게는 일상적인 일인 것 같다.



라이너를 위해서 도와준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싶다면, 그 외에도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 많았을 터이다. 그저 네 멍청한 실수를 커버 쳐준 것뿐이라는 말로만 끝내도 되었을 텐데, 하필이면 그 문장 속에 갑작스런 '조국' 운운이 들어간 점이 메타적으로 포르코의 이 대사가 그의 진심만은 아니라는 것을 강하게 함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고 보니, 이처럼 '조국 마레'를 방패로 삼아 상대를 구해준 것은 포르코뿐만이 아니다.


조국 마레가 장난이야?! 이런 매국노 호모들아!!


라이너는 도청을 당하고 있는 줄 모르고 말실수를 할 뻔 한 포르코의 말을 끊는다. 이런 건방진 짓에 대해 포르코는 당황하지만 화가 난 표정은 전혀 아니다. 그 또한 여기서 라이너가 단순히 자기 말을 끊은 것이 아니라 다른 이유가 있음을, 어쩌면 방금 자신의 목숨을 구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눈치 챈 듯하다. 라이너가 더 이상 예전의 그 세뇌당한 어리석은 꼬맹이가 아닌 것을 포르코도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다른 방식으로 상대의 목숨을 한 번씩 구해준 두 사람이지만 절대 서로에게 그 점을 티내지 않는다. 이것들은 어디까지나 표면적으로는 '조국을 위한 행동'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만능고기방패…가 아니라 만능조국방패도 설명할 수 없는 포르코의 묘한 행동이 있다.


뒤에 침대, 커튼 등에 주목하면 이 장소가 침대가 여러 개 있는 병실임을 알 수 있다.


라이너가 있던 텅 빈 다인(多人) 병실에 먹을 것과 업무할 거리를 들고 들어와서 바로 옆에 앉아 혼수 상태였던 그를 혼자서 지켜봐주던 것이다. 이 방은 구조를 보면 알다시피 둘만 쓰는 숙소도 아니고, 누구 다른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며, 포르코가 굳이 홀로 여기에 앉아있어야 할 이유 또한 단 하나도 없다. 

 


가비의 말대로 라이너는 아마 지크 대신 포격을 맞은 후에 2, 3일 혹은 그 이상 혼수 상태였을 것이다. 아마 그렇기에 병실에 둘 말고는 다른 사람이 한 명도 없었던 것일 테고…. 그런데 어째서 포르코는 잠든 그와 자신밖에 없는 병실에서, 식사까지 챙겨와서 그가 깨어날 때까지 옆에서 있어준 것일까.



포르코는 라이너를 미워하면서도, 그와 동시에 그를 많이 걱정했다. 기절한 그의 곁에 있어 줄 정도로, 위기에 처한 라이너를 다급히 도우러 가줄 정도로.


가비네도 많이 걱정하는데 라이너 옆을 혼자서만 독차지하는 포르코 갤리어드를 규탄합니다….


포르코가 전쟁터에서 라이너를 구해 준 것,

라이너가 숙청 위험으로부터 포르코를 구해 준 것,

포르코가 잠든 라이너 곁을 지켜 준 것…은

이들이 비록 상기에 서술한 사건들로 인해서 어색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계속해서 신경 써주고 있었고 동료로서 소중히 여기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요소들이다.

둘의 사이에는 미움과 불편함이 있었지만 그와 동시에 서로를 아끼는 마음 또한 있었던 것이다.


포르코가 잠든 라이너 곁에 있어 준 것은 작품 내에서 포르코의 공식적인 첫 등장이기도 하고 뒤에 나오는 특정 장면과의 수미상관 연출을 위한 발판이기도 하다.

이 수미상관 연출 또한 작가가 포르코, 나아가 포르코-라이너-마르셀의 서사를 처음부터 세세하게 짜놓았음을 뒷받침해주는 부분 중 하나인데, 그 장면을 이야기하려면 그 사이에 일어난 중대 사건을 언급하지 않으면 안 된다.


레벨리오 전투


고슴도치를 괴롭히지 마시오.


라이너는 에렌의 거인화에 휘말려 중상을 입고 그대로 회복하지 않은 채 죽음을 택하고자 했지만, 아이들의 부름에 결국 부상 입은 몸으로 불완전하게 거인화를 한다. 죽고 싶었던 그지만 결국 마지막의 마지막에 가서는 포르코를 구하는 선택을 한 것이다.

그가 좀 더 이기적이었다면 죽음을 택하고 자유로워졌겠지만, 그는 동료가 죽는 것을 못 본 척 내버려둘 수 없는 사람이었다.


턱거인과_갑옷거인이_발가벗고_알몸으로_avi.


라이너는 시조 거인으로부터 포르코를 구해내는 것에 성공했지만, 그를 구하려는 마음이 아니었다면 라이너 또한 그 자리에서 그대로 생을 마감했을 것이다. 포르코의 목숨을 구한 것은 라이너지만, 이 날 살아남은 목숨은 둘이었다.


포르코에게 있어서 레벨리오 전투에서 큰 패배를 겪은 것, 파라디의 악마들에게 호되게 당한 것, 호두까기 인형 취급을 당한 것은 크나큰 굴욕이었기도 하겠지만, 동시에 그 때까지 몰랐었던 라이너의 고충을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언제까지나 포르코에겐 꼴찌인 라이너기에… 그가 무능했던 거라고 생각해서 마구 쪼았었는데, 생각보다 파라디 악마들이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이와 함께 라이너가 불완전하게 거인화를 하면서까지 정말로 위험한 상황에서 포르코의 목숨을 구해주었다는 사실은 그의 심정에 큰 변화를 일으켰을 것이다.

아직 마르셀의 죽음이나 갑옷 거인의 계승 문제에 대한 오해는 풀리지 않았지만, 포르코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이너를 어느 정도 인정하고, 태도를 바꾸고, 나아가 상냥하게 대해주고 싶어 한다.


이 시점에서, 아까 말한 첫 장면과 비교되는 연출이 나온다.


93화, 포르코의 첫 대사. 


107화. 혼자서 병 나발을 불며 술 두 병을 해치운 포르코가 참 포르코답다.


"좋은 꿈이라도 꾸는 것 같기에, 깨우지 않고 놔뒀어."

"나쁜 꿈이라도 꾼 거야? 다 꿈이라면 좋을 텐데 말이야."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은 대사의 대비이다. 두 장면 모두 라이너는 악몽을 꾸다가 놀라면서 일어난다. 하지만 이전의 포르코는 부러 '좋은 꿈을 꾸는 것 같았다'고 비꼬는 데에 비해 이후의 그는 나쁜 꿈이라도 꾸었냐고 솔직하게 걱정을 해주는 모습을 보인다. 이게 전부 꿈이라면 좋을 텐데, 하고 다정하고 솔직한 말을 건네는 것도 그렇다.


대사뿐만이 아니다. 첫 장면에서 포르코는 라이너에게서 등을 돌리고 있고 일부러 그에게 시선을 주지도 않는데 비해, 레벨리오 전투 이후의 그는 몸을 완전히 라이너에게 돌리고 눈을 마주치며 말을 걸어준다. 첫 대화 장면 내내 혼자서 샌드위치와 커피를 마시던 포르코가, 후에는 라이너에게 자신이 마시던 술을 나누어준다. (간접 키스라도 할 셈인지?!)


이 두 장면의 모든 요소―'기절한 라이너의 곁을 지키는 포르코', '꿈'이라는 키워드, '포르코의 비언어적 제스처', '음식'―가 서로 대비를 이루도록 배치되어 있다.

두 사람의 관계성의 변화를 단적으로 나타내기 위한 작가의 매우 의도적인 연출이자 구도인 것이다.


아직 그들 사이에 오해는 남아있지만, 포르코는 라이너가 자신에게 해준 행동에 솔직히 감사하고 이전보다 상냥해지기로 했다. 지금껏 라이너를 걱정하면서도 포르코에겐 형의 죽음과 계승 문제에 관련하여 기본적인 의심이 남아있었다. 라이너가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았던 탓이다. 그렇기에 그는 라이너를 내심 신경 쓰면서도 그것을 대놓고 보여줄 수 없었고, 그러지 못했다. 자신이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레벨레오 전투에 관련된 일련의 사건을 겪고 나서, 아직 그 의문은 풀리지 않았음에도 포르코는 그런 마음을 거두고 이전보다 솔직히 그리고 다정하게 그를 대해주기로 마음을 바꾸어먹은 것 같다. 이 변화는 단행본 초반의 인물 소개에서도 나타난다.


술을 건네주는 장면이 나온 화수 이후에 발매된 단행본에서는, 포르코의 인물 소개가 "라이너와 갈등이 있다"에서 라이너와 갈등이 있다"로 수정된다. (※정발본에서는 오류로 인해서 수정되지 않음) 이 시점에서 공식적으로 둘의 갈등 관계는 이미 과거형이 되어있던 것이다.


그리고 작중에서 포르코가 화해의 뜻(?)으로 술을 건네 준지 한 달가량이 지나게 된다.

이 한 달 동안, 아직 오해가 남아있었기에 묵은 감정이 완벽히 해소되지는 않았겠지만 두 사람은 전보다 친밀해졌을 것이다. 작중에선 이 한 달의 공백을 보여준 바가 없기에 각자의 상상으로밖에 메울 수 없지만, 그렇기에 더 즐거운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1개월 후, 마레 전사대는 파라디에 기습을 감행한다.


시간시나 전투


포르코에게 시조거인의 목덜미를 잡아다 대주는 라이너. 보약 중의 일등 보약이니 과연 내조의 왕이라고 할만하다.


두 사람은 소중한 전사대 동료들과 함께 시간시나 구에서 땅울림을 막기 위한 전투에 임한다. 시조 거인의 능력을 뺏기 위해 둘이 호흡을 맞추어 싸우는 모습이 보기 좋다.


사이 좋게 꼬챙이가 되기도 하고 사이 좋게 투석에 맞아서 만신창이가 되기도 하며


음…일단 둘이 힘을 합쳐서 같이 뭘 열심히 하긴 하는데…. 딱히 이렇다 할 성과는 못 내는 아주 귀엽고 깜찍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나저나 두 사람 다 거인인 채로는 말을 할 수 없는 형태의 거인임에도 불구하고 어째서인지 거인 속에서 대화를 나누는 이 수수께끼의 장면에 주목하고 싶다. 거인 안에서 인간인 채로 말하는 거여서 서로에게 들릴 수가 없는데 어떻게 대화가 가능한 거지? 단행본에서 대사가 수정 될 줄 알았는데 수정도 안 됐다.

…한 달 동안 대체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텔레파시가 가능해진 것인지 빠른 해명이 필요한 시점이다.


"119화"


그렇게 전투를 계속하던 도중, 짐승 거인으로부터 여러 번의 투석을 받아 거인의 신체가 너덜해지고 재생을 반복해 상당히 기력이 약해진 두 사람에게 급한 명령이 떨어진다. 짐승과 시조가 접촉하는 순간 시조의 힘이 발동될 수 있으니 그렇게 되기 전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으라는 것이다.


강력한 고슴도치의 공격


다급해진 포르코는 온 힘을 써서 시조의 거인의 다리를 끊는데 성공하나…


라이너가 다급하게 갤리어드!! 외치는 거 보고 내 심장 천갈래 만갈래 찢어짐…. 살려줘요….


본체가 들어있는 목덜미를 공격 받아 중상을 입고 만다….


안돼애….


그가 거인이고 지크, 피크, 라이너가 이보다 더 큰 상처를 입었음에도 무사히 회복한 일이 있었던 만큼 이 부상 자체가 그의 목숨을 위협할 정도의 큰 상처는 아니었겠지만, 주변에 조사병단이 포진해 있고 무지성 거인들도 여럿 있는 적진 한복판에서 이런 중상을 입은 것은 그에게 있어 매우 위험한 상황임에 틀림없다.


…이 시점에서 이전에는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던 아주 중요한 요소를 짚고 넘어갈 때가 왔다. 바로 호칭에 관련한 문제이다.



라이너는 포르코를 줄곧 그의 성인 "갤리어드"라고 부른다.

직접 나오진 않았지만, 어린 시절에는 마르셀이 있으므로 그를 당연히 성이 아닌 이름으로 불렀을 것이다. 놀리려고 "포코"라고 부른 적이 있긴 하지만 포르코가 그 말을 듣고 크게 화를 낸 것을 보면 평소에도 늘 그렇게 불렀다곤 생각하기 힘들다.


즉, 라이너는 다 커서 마레에 돌아오고 난 다음부터 포르코를 성으로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그들이 불편한 관계였기 때문이다. 좀 더 자세히는 자신을 싫어하는 포르코를 친한 척 이름으로 부른다면 그가 기분 나빠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을지도 모른다. 그의 형을 죽게 만든 사람으로서 감히 그럴 자격이 없다는 죄책감 때문일지도…. 확실한 것은, 라이너가 이런 식으로 특별히 성으로 누군가를 부르는 경우는 오직 포르코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확한 이유가 무엇이든, 라이너는 4년 동안 그렇게 두 사람 사이에 선을 그어 왔다.


…그러나 실은 계속 그를 이름으로 부르고 싶어했던 것 같다.


라이너 눈에…지메가 정성스레 화이트로 콕콕 찍은 눈물 방울이….


"일어나 포르코!! 앞으로 조금이야!! 힘을 쥐어짜!!"


포르코가 중상을 입고 쓰러지자 울고 절규하면서 그를 이름으로 부른 것을 보면 말이다.

라이너는 이 때 이미 포르코가 상당히 위험한 상황임을 어느 정도 직감하고 있었던 것 같다. 눈물이 글썽글썽한 걸 보면….

울면서, 오랫동안 불러보지 못한 포르코의 이름을 이제야 겨우 부르며, 일어나라고 앞으로 조금이라고 외치던 라이너의 마음은 어땠을까…. 라이너는 거인 안에 있고 포르코는 반쯤 기절해 있었기에 조금만 냉정히 생각해보면 저렇게 소리치고 기운을 북돋워준다고 한들 그 목소리가 들릴 리도 없는데… 라이너는 대체 무슨 심정으로 이렇게 절박하게…. 왜 어째서….


엉엉….


그 갑작스럽고 강렬한 감정 표현에 그동안 덤덤히 적어왔던 캐해석은 혼란을 맞기 시작한다.

라이너는 기본적으로 남에게 상냥하고자 하는 사람이기에, 똑같이 도청 사실을 알고 있던 지크나 피크는 가만히 있었는데 자신이 나서서 포르코를 감싸준 것이나, 포르코를 내버려둘 수 없어서 결국 죽음을 포기한 것까지는…동료로서 소중히 여겼다고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라이너의 이렇게 강한 감정 표현은 정말 흔치 않다. 같은 화에서 팔코가 무지성 거인이 되었을 때조차도 눈물은 글썽였을 망정 이 정도의 절망은 보여주지 않았다.



그 다음 취한 행동은 더욱 애틋하다. 턱 거인의 머리를 만져준 것이다. 포르코를 꺼내려고 한 것인지 쓰다듬어준 것인지…. 아마 다급한 마음에 포르코에게 어떻게든 닿고 싶었던 것이겠지만….

아무튼 갑옷 거인이 턱 거인의 머리를 만진 것으로 인해서 두 사람 사이에 전기가 흐르고 기억이 통한다.[각주:3]


포르코는 이로 인해서 그 동안 가져왔던 평생의 의문이 풀리고 계속해서 구해왔던 답을 얻는다. 이 순간 자신 속에 잠들어있던 선대 턱 거인 계승자인 마르셀의 기억과, 접촉을 통해 흘러들어온 라이너의 기억을 보게 된 것이다.


마르셀의 시선에서 본 라이너와, 라이너의 시선에서 본 마르셀.


라이너의 시점만을 본 것도, 마르셀의 시점만을 본 것도 아니다. 두 사람의 기억을, 두 사람의 표정을 보고, 그들이 자신을 위해서 해주었던 행동들의 의미를 이해한 것이다. 동생인 자신을 사랑해서 라이너를 희생시키고 그 죄책감에 자신도 죽고 말았던 마르셀의 마음과, 어떤 의미 피해자임에도 마르셀이나 포르코를 탓하지 않았던 라이너의 마음을.

자신에게 향하고 있었던 애정과 배려를….


포르코 표정 보고 심장 메여서 잠깐 찬물 좀 먹고 오겠습니다….

엉엉….


포르코는 감동을 받아 눈물을 흘리고 나는 마음이 아파 눈물을 흘리고….


포르코….


포르코는 이렇게 동생의 입장에서 형인 마르셀이 자신을 생각해 주었던 마음을 깨닫고, 콜트와 지크의 대화도 듣게 된다. 팔코 또한 누군가의 소중한 동생이었고, 지크에게도 되도록 희생시키고 싶지 않았던 아이였을 것이다.


여기서 잠깐 장면은 라이너에게로 돌아간다.


에렌과 팔코를 동시에 제압하는 것이 무리였기에 라이너는 상대적으로 처리하기 쉬운 무지성 거인인 팔코를 자신의 손으로 죽여야 하는 상황이었고, 그 결단을 내리지 못해 괴로워하던 와중 짐승이 피크와 마가트의 총에 맞아 사망(한 척)한다. 



그간 라이너가 죽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땅울림을 막고 세계를 구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가비와 팔코를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그에게 주어진 책임을 완수한 지금, 자신의 삶을 끝냄으로서 사랑하는 팔코를 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칠 라이너가 아니다.



이 장면에서 라이너는 분명히 목덜미의 경질화를 해제한다. 위의 컷과 비교해보면 알겠지만, 목덜미의 직육면체 부분을 부순 것을 알 수 있다. 즉 정말로 딱 5초 정도만 있었다면 그대로 편히 잠들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이렇게 슬픈 장면인데 그 와중에 포르코의 등짝이 너무 설렌다….


하지만 그 순간 포르코는 턱 거인에서 나와 그들에게로 걸어온다.

포르코의 시야에서도 보이다시피, 라이너는 이미 팔코에게 잡아먹힐 준비가 만반인 상태였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도통 용납할 수 없었던 것 같다. 라이너 대신 자신이 팔코에게 먹혀 희생하기로 한 것이다.


포르코가 내린 이 결정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얽혀 있다고 본다.



첫번째 이유는, 전술적 판단이다.

여기서 포르코는 "몸을 치유할 힘을 다 써 버렸다"고 언급했지만 신체의 부상은 머리 뿐이었고 스스로의 힘으로 걷고 말할 수 있는 상태였던 만큼, 레벨리오 전 때의 피크나 땅울림이 발동 된 후의 라이너처럼 따로 자리를 피해 휴식을 취한다면 충분히 재생, 회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머리에서 연기가 나고 있으므로 치유가 진행 중이었음도 틀림 없다.

그런데도 포르코가 "치유할 힘을 다 썼다"라고 말한 이유는, 그가 계속된 전투와 투석으로 인한 부상 등으로 이미 체력을 상당히 소모한 상태였기 때문에 이 상황에서 빠르게 몸을 치유할 만한 기력이 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저 라이너와 팔코를 위해 희생하려고 한 건데 라이너 마음 편하라고 츤데레식 거짓말을 했다고 해석하는 견해도 있고, 그런 해석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봄) 아까 말했듯이 적진 한가운데에서 중상을 당한 그는 언제 살해당하거나 잡아먹힐지 모르는 상태였고, 중요한 전쟁 병기인 턱 거인을 몸에 품은 입장에서 얼른 안전한 곳으로 피해 살아남거나 아니면 아군에게 턱 거인을 넘겨야 했다.

그리고 포르코가 선택한 건 후자였던 것이다.



두번째 이유는, 팔코를 살리기 위해서다.

포르코는 팔코와 개인적인 친분은 딱히 없었지만, 모든 전사대는 팔코를 비롯한 후보생들을 동생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포르코 또한 그랬을 것이다. 그리고 팔코가 무지성 거인이 된 지금 그가 다시 살아돌아올 수 있는 방법은 다른 지성 거인을 잡아먹는 것밖에 없다. 지크가 거인 팔코에게 라이너를 공격하라고 명령한 것 또한 그런 맥락의 이유(라이너를 먹고 사람으로 돌아오게 하기 위해)였을 것이다. 포르코는 콜트와 지크의 대화를 듣고 마르셀이 포르코를 아꼈던 것처럼 팔코 또한 누군가의 소중한 동생이라는 점을 깊이 느꼈다. 그렇기에 그는 이대로 죽을 바에야 팔코를 살리자고 마음먹은 것이다. 형이 자기를 지켜줬던 것처럼 자신도 팔코를 지키기 위해서.


세번째 이유는, 라이너를 살리기 위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그러니까 포르코가 혼자만 살아남기 위해 안전한 곳으로 피했다고 해도, 팔코는 라이너를 먹고 살아서 인간으로 돌아왔을 것이다. 즉, 오직 팔코만을 살리려는 의도였다면 굳이 나서서 희생할 이유가 없었음에도, 라이너를 구하기 위해 그런 행동을 택했다는 것이다.

포르코가 라이너의 결정을 몰랐다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우선 위에서 말했다시피 라이너는 완전히 팔코에게 목덜미를 대주는 자세를 취하고 경질화를 해제한 상태였고, 이후에 다시 설명할 예정이지만 포르코는 이 행위가 라이너의 목숨을 구하는 것이라는 점을 확실히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째서 그는 자신의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라이너를 살리고 싶어 했을까?


뭐긴 뭐야 ㅆㅣ빠알!!


위에서도 말했듯이 마르셀이 자신을 위해서 해 준 행동을 알게 된 포르코는 자신을 오랫동안 괴롭혔던 문제가 전부 형의 사랑에서 비롯됐다는 것과, 라이너가 자신을 위해 희생당했단 것, 그동안 그가 억울하게 비난 받아 왔음에도 자신이나 형을 탓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그 점에서 라이너에게 깊은 미안함과 고마움을 느꼈을 것이다. 또한 레벨리오 전때 진 빚을 갚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스운 건 라이너는 누군가에게 공격 당해서 죽을 위기에 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가 한 건 어디까지나 자살 시도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르코는 그의 선택을 존중해 줄 수 없었던 모양이다. 스스로를 희생해서라도 라이너를 죽게 놔둘 수 없었던 것이다.


만약 안전한 곳으로 피했었다면 포르코는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자신의 의지로 두 사람을 구하고 죽는 것을 선택했다. 살 수 있었는데….


…살 수 있었는데….



라이너와 팔코 쪽으로 걸어오는 포르코가 너무 작아보이고…. 다급하게 손을 뻗는 라이너가…. 라이너는…. 포르코는….



이름을…. 이름을 왜…. 왜 이제야 불러….

이 바보야…. 라이너는 혼자 절규만 하고…. 아무 것도 못하고…. 그냥 보고 있을 수밖에 없고….

포르코가 눈 앞에서 죽는데….


내가 진즉에 삽질 좀 그만하라 했지?


아까 포르코에게 일어나라고 하면서 눈물을 글썽거렸을 때도 그랬지만, 라이너의 이 애탄 부름은 어디까지나 거인 속에서 혼자 외친 것이지 물리적으로 포르코에게 들릴 수 없다. 그런데도 혼자 이렇게 너무 필사적으로….
그래도 포르코는 자기한테 손을 뻗는 갑옷 거인을 보면서 그 안에서 라이너가 자길 보고 있고 자길 부르고 있다는 걸 알았을 거라고 생각하고 싶다.


라이너의 포르코에 대한 호칭은 포코-갤리어드-포르코로 계속해서 바뀌지만, 포르코는 어렸을 때부터 죽을 때까지 라이너를 늘 똑같이, "꼴찌"라고만 부른다. 그 차이점이 좋다.


포르코의 마지막 말은 온전히 "꼴찌인 너"…그러니까 라이너를 향하고 있다. 그 전의 "몸을 치유할 힘도 다 써 버렸다, 하지만 빈 손으로 뒈지진 않아"가 혼잣말인지 그것도 라이너에게 해준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이 부분부터는 확실히 라이너 들으라고 한 말이 틀림 없는데….

자신이 본 것, 깨달은 것을 라이너에게 말하고, 자신이 왜 이런 선택을 하는지 알려주기 위해서 포르코는 턱 거인에서 나와서 라이너 쪽으로 걸어오면서 그에게 말을 걸었다.

포르코는 자신의 마지막 순간을 온전히 라이너에게 준 것이다. 평생 갈등만 겪어왔던 라이너에게…. 하지만 그런 만큼 자신의 인생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그 녀석에게.


이 때의 질문을 마지막에서야 대답해 줄 수 있었던 포르코….



그리고…. 그리고….


뭘처웃어 뭘쓰게웃어 뭐눈물을글썽여


살려주세요


………….

……………….

포르코의 유언과 표정, 양쪽 모두 생각할 거리가 너무 많아진다.


우선 대사부터 이야기해보자면, 일단 정발본의 대사는 조금 오역스러운 부분이 있다.


원문은 정확히 번역하자면

これで…はっきりしたよな 最後まで俺の方が上だって…

이걸로…확실해졌지? 마지막(최후)까지 내 쪽이 위라는 게…

로,

첫 문장이 '확실해졌어' 같은 평서문이 아니라 '확실해졌지'와 같이 상대의 동의를 구하는 표현에 가깝다. 즉 라이너에게 향해서 이걸로 확실해졌지? 하고 묻고 있는 것인데, 여러 모로 어감이 확실히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철저히 원문 기준으로 유언에 대해서 생각해보려고 한다.


포르코가 내 쪽이 (너보다) 위라고 한 것은 크게 두 뜻을 포함하고 있다.

첫째로는 당연히, 어렸을 적 갑옷 계승을 놓고 다투었던 그 때를 말하는 것이고, 둘째로는 자신이 라이너 대신 팔코를 구하고 희생하려고 하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을 말하는 것이다.


첫 번째 의미는 꽤나 단순하다.

형이 군을 속여서 꼴찌인 너를 전사로 만들었다. 그러니 '이걸로' 확실해졌지? 난 너에게 진 적이 없었다는 걸….

―이라는 뜻 정도로 설명 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라이너에게 가졌던 라이벌 의식, 둘이 해왔던 경쟁이 포르코에게는 너무나 중요한 사실이었던 것이다. 유언으로 남길 만큼 말이다.

소년기 파트를 설명할 때, 포르코가 라이너에게 특별한 감정을 품고 있었다고 생각하는 근거 네 가지를 설명하면서 세 번째는 나중에 이야기하겠다고 한 것을 혹시 기억할지 모르겠다. 그 세 번째 근거가 바로 이 유언이다. 포르코는 그동안 진실을 숨기려고 하고 두 사람 사이에 선을 긋는 라이너에게 일부러 시비를 걸고 자극하며 어떤 반응이 돌아오길 바랬었다. 그렇기에 둘이 아무 생각 없이 다툴 수 있었던 그 시절에 일종의 향수를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마지막에도 그 이야기를 언급할 정도로 말이다. 포르코에게 두 사람의 경쟁 관계는 평생 동안, 그리고 죽는 순간까지도 신경 쓸 정도로 중요한 일이었던 것이다. 


두 번째 의미는 다음과 같다.

만약 그가 그저 어렸을 때 했던 경쟁에 대해서만 말하려 한거라면 '마지막까지'라는 표현을 쓸 이유가 없다. 그냥 "이걸로 확실해졌지, 내가 위였다는 걸"이라고 얘기하면 되니까 말이다. 그럼에도 그는 "'마지막까지' (현재진행형으로) 내가 위"라고 말한다.

포르코는 이 순간이 자신의 최후가 될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나아가 지금 그가 취하는 이 행동이 그들 최후의 '경쟁'임을 이야기하고 싶어했다.

나는 너 대신 죽으려 한다. 그러니 '이걸로' 확실해졌지? 난 마지막까지 너를 이길 거라는 걸….

포르코가 라이너 대신 희생하기에, 그는 궁극적으로 라이너에게 '이기고', 라이너보다 ''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 자신의 죽음으로서.

즉, 포르코는 자신이 지금 라이너의 목숨을 구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다.


이렇게 대사만을 본다면 포르코는 기를 쓰고 라이너에게 이기는 것만을 인생의 목표로 삼았고 죽어서까지도 이기고 싶어서 마지막까지도 집착했다는 해석 정도로만 끝날 수도 있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포르코에게 라이너가 엄청나게 큰 의미였다는 것은 증명되지만, 포르코가 라이너에게 품은 감정은 그것뿐만이 아니라는 것은 맥락상 분명하다.


그들의 관계성의 긍정적인 변화가 묘사되어왔기 때문에도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그의 표정을 보면 알 수 있다.


너무 잘생긴 우리 포르코를 다시 한번 보도록 하자.


그는 눈물을 흘리면서도 후련한 듯 웃고 있다. 작중에서 포르코가 웃은 적은 단 두 번밖에 없는데, 팔코가 가비에게 이겨서 좋아하는 아이들을 보고 훗….하고 입꼬리만 올려 미소를 지었을 때와 바로 이 순간뿐이다.

이 바로 전 컷까지 눈물을 흘리고 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 눈물은 확실히 신체적인 고통이나 생리적인 이유에서 나온 것은 아니다. 그도 사람이기에, 당연히 죽는 것이 싫고 무섭고 삶에 미련이 남았을 것이다. 모든 것이 이제서야 이해가 되기 시작했는데 라이너와 팔코를 구하기 위해선 지금 여기서 죽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슬프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포르코는 웃을 수 있었다.

그의 행동과 말이 오직 단순한 열등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포르코는 라이너를 미워하고 있었을 시기에도 늘 그에게 양가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를 미워하면서도 계속해서 신경 써주고 걱정해왔던 포르코는, 레벨리오 전투 이후로 라이너에 대한 미움과 갈등을 빚으려는 마음을 거두었다. 둘은 더 이상 전처럼 불편한 관계가 아니게 되었다. 작가가 신경써서 묘사해 준 것처럼.

그리고 마르셀의 기억을 보면서 마지막까지 쌓여있었던 오해도 완전히 풀렸으니, 거기에 남은 것은 그저 동료애와 소꿉친구로서의 애정 뿐일 것이다. 대신 죽어줄 수 있을 만큼의, 자신의 마지막 순간을 오롯이 줄 수 있을 만큼의.


그의 유언은 포르코와 라이너가 평생 쌓아왔던 관계를 단숨에 정리하는 대사이자, 라이너에게 나는 그저 너를 이기고 죽는 것뿐이니 너무 슬퍼하지 말라는 마지막 농담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런 농담으로 라이너를 안심시켜주기 위해, 죄책감으로 괴로워하지 않게 해주기 위해서.


4년간, 아니 더 오랫동안 두 사람은 서로 어긋나기만 했지만, 포르코는 마지막 순간 두 발로 똑바로 서서, 라이너를 똑바로 쳐다보고, 눈에 그를 담고, 그에게 마지막 말을 남기고, 활짝 웃어주면서 죽을 수 있었다. 자신의 죽음의 방식을 온전히 자신이 선택할 수 있었다.


간절히 손을 뻗고 있는 라이너야….


포르코는 저 유언을 하고, 저 표정을 짓고 바로 그 직후에 저렇게 먹힌 걸텐데 자신을 향해 오고 있는 거인을 보면서도 어쩜 그렇게 침착할 수 있었을까. 어떻게 라이너만을 똑바로 쳐다볼 수 있었을까…. 어떻게 그렇게 미소를 짓고 어떻게 그런 말을….

수명이 9년이나 남은 포르코가 수명이 2년도 채 남지 않은 라이너를 위해서….

같은 말을 지금 몇 번째 반복하는 건지…;;



라이너 표정이…. 라이너 표정이….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인게…. 진짜 너무 슬프다.



아무튼 이 장면에서 알 수 있는 사실이지만, 가비는 포르코가 물리고 나서야 겨우 그것이 갤리어드씨임을 알아챘다.

즉, 포르코가 거인에서부터 나와 팔코 쪽으로 걸어오면서 라이너에게 유언을 남기고 먹히기까지 짧은 순간 동안, 바로 근처에 있던 가비조차도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이다. 포르코의 모습을 보거나 그의 말을 들었을리도 만무하다.

포르코의 최후를 알고 있는 것은 이 세상에서 오직 라이너뿐인 것이다.



그리고 라이너는 포르코의 죽음에 분노하여 애꿎은 에렌에게 주먹을 휘두른다. 물론 포르코에게 부상을 입힌 것이 에렌이긴 하지만 그가 죽은 것은 어디까지나 포르코 자신의 선택이었다. 라이너가 에렌을 죽이려고 달려든 것은 온전히 화풀이의 일환인 셈이다. 2부에 들어서 한 번도 화를 낸 적이 없었던 라이너가 포르코의 죽음에 이토록 절망하고 분노하는 것도 그렇지만, 바로 방금 전까지만 해도 시조의 힘을 쓸 수 없게 되어 굳이 죽여야 할 필요가 없게 된 에렌을 내버려두고 죽으려 했던 그가 포르코가 죽자마자 에렌에게 달려든 것이 가슴 아프다.


라이너는 자신이 파라디 측에 저지른 죄를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불과 몇 화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고향을 짓밟고 소중한 아이들(우드, 조피아)의 죽음에 일조한 에렌을 차마 원망하거나 미워하지 못하는 태도를 보여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순간만큼은 포르코의 죽음에 너무 감정적으로 동요한 나머지 자신이 파라디의 사람들에게 분노할 자격이 없음을 잊어버린 것이다. 시조의 힘을 사용할 수 없는 시조의 거인을 구태여 죽여야 할 이유는 없다. 그런데도 오직 슬픔과 분노로 누군가를 죽여버리려고 달려든 것이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그 라이너가…. 


그만큼 라이너에게도 포르코는 소중한 사람이었다.


마무리


포르코와 라이너는 서로를 아꼈는데 너무 오랫동안 그것을 표현하지 못했다.

라이너가 포르코를 이름으로 부를 수 있었던 시간은, 포르코가 모든 것을 이해했던 시간은, 두 사람이 닿을 수 있었던 시간은 아마 10분 남짓도 안 될 것이다. 그 짧은 시간동안 둘의 감정은 너무나 격하게 치닫고 한 순간에 끝나 버렸다.

그렇기에 더더욱 애틋하고 더더욱 아름다운 것이 아닌가 싶다.


사실 포르코가 라이너에게 품은 증오의 근원이나 이유는 확실하게 설명과 묘사가 되어있고 라이너가 포르코를 불편해할 이유도 충분하다. 어떻게 보면 오히려 두 사람이 서로를 소중히 여기거나 애정을 품을 이유가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르코와 라이너는 분명히 서로에게 강한 정을 품고 있었다. 서로를 소중히 생각했다.

그렇기에 그 애정의 깊이와 방식을, 이유를 독자는 헤아리기가 어렵다. 어째서 그런 감정을 가지게 된 건지. 그 감정이 얼마나 컸는지.


하지만 누군가를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의 근원은 원래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다. 처음에는 단순한 미움, 라이벌 의식, 동정, 죄책감, 연민, 동료애 같은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점점 애정이 되었을지도….

일부러 이 글 내내 (사진 각주를 제외하고) 과한 성애적 표현이나 둘 사이의 감정을 사랑이라고 단정 짓는 것을 자제하려 노력했는데, 사실 나도 그들 간에 있었던 그 커다란 어떤 감정을 한 마디로 쉽게 표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생각해보면, 애초에 라이너와 포르코는 성격적으로 매우 다를지 몰라도 본성은 비슷하지 않나 싶다.

둘은 수 없이 많은 사람을 죽이고 전쟁에 임해온 살인자들이고, 둘 다 성격이 그다지 좋진 않다.

그러나 둘 다 기본적으로 본성은 선한 사람들이라 생각한다. 평소에 잘 웃지 않지만 아이들의 즐거운 얼굴을 보면 미소를 지으며, 동료를 아끼고, 자기가 생각하는 정의를 추구하려 한다. 그런 면에서 서로에게 끌림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물론 이런 것은 다 상상에 지나지 않지만, 상상이 아닌 확실한 사실 하나만큼은 있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중요한 존재였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 두 사람의 사이에 존재했던 갈등도 애정도 너무나 좋은 것일지 모른다.


그 감정을 오랫동안 곱씹고 싶다.






  1. 전사대 후보생 모집 연령이 5~7세이며, 베르톨트, 애니, 라이너, 포르코, 마르셀이 모두 함께 시험을 쳤고(피크, 지크는 이들과 시험을 함께 치지 않았으며 동세대가 아님) 베르톨트와 애니가 공식적으로 라이너보다 1살 어린 것, 마르셀은 아마도 라이너보다 연상인 것, 포르코는 아마도 라이너와 동갑인 것, 그리고 포르코와 마르셀은 공식적으로 쌍둥이가 아니라 최소 1년의 차이가 나는 형제임을 고려 했을 때. [본문으로]
  2. 사실은 마르셀의 조작은 아무 상관도 없었고 원래부터 라이너가 뽑힐 예정이 아니었냐, 아무리 그래도 군이 그렇게 무능하겠냐는 설도 있지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선 메타적으로 봤을 때 이 스토리 라인은 작가의 사정으로 이해해줘야하는 부분이다. 애초에 아무리 군이 무능하다 한들 어린아이 넷을 어른 한 명 없이 잠입 시키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된다. 그러나 작가가 스토리를 진행시키기 위해서 마레 정부를 의도적으로 과하게 무능하게 만든 것이다. 마르셀의 조작으로 라이너가 뽑힌 것 또한 이러한 맥락으로 이해해야한다고 본다. 왜냐하면, 사실 마르셀의 조작이 아무 효과가 없었고 모든 게 다 오해였을 뿐이라면 마르셀-라이너-포르코에 관련된 플롯 자체가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라이너가 갑옷 거인으로 뽑힌 이유를 설명할 때 마레 군이 더듬거리는 등의 떡밥도 있기에…. 이 부분은 그냥 만화에서 나온 그대로 받아들여야한다고 생각한다. [본문으로]
  3. 사실 이 부분에서 어째서 갑작스럽게 두 사람 사이에 기억이 흐른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시조의 거인인 에렌과 라이너가 접촉한 상태 + 각자 크게 다침/감정이 심하게 고조됨 이라는 극한의 상황 + 그 상태에서 라이너와 포르코가 접촉함 이라는 세 상황이 겹쳐서 그랬을 것이라고 짐작만 할 뿐이다. [본문으로]
2020. 8. 27.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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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sk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