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가키 코타로 편 - 쿄토 후시미의 부원B
※이시가키 코타로 스페어 바이크 외전의 내용에 기초한 부분이 많습니다. 읽지 않으셔도 이해는 갈거에요. 아마...
증언 1 - 이시가키 코타로에 대하여
맥도날드에서 늦은 점심을 먹는 나의 귀에 뒷자리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한 무리의 고교생의 대화가 들려왔다. 우리 반의 누가 누구랑 사귀느니, 농구부의 누가 인기가 많다느니 하는 시답잖은─ 그러나 지금 이 순간의 그들에겐 가장 재미있다고 느껴질 가십들이 빠르게 오고 갔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그런 사교성 대화의 장에는 잘 끼지 못하는 종류의 사람이다. 말을 재밌거나 조리 있게 하지도 못하는 타입이라 어렸을 때부터 인기가 없었다. 그러나 딱히 왕따를 당하는 것은 아니었다. 학년을 올라갈 때마다 친구가 한두 명은 생겼고, 여자친구를 사귀어 본 적도 한 번은 있다. 그렇지만 반장이나 체육 부장이나 문화제 진행 위원을 뽑을 때 단 한 번도 후보에 올라 본 적이 없는 녀석. 조금 노는 애가 이번 교시에 나랑 자리를 바꿔달라고 하면 잠자코 바꿔줘야 하는 위치. 인기도로 카스트가 결정되는 고등학생들의 신분제도 아래에서, 나는 그 정도의 인간이었다.
내 시시한 인생살이 중에서 그나마 얘깃거리가 되는 것은 아마 내가 로드를 탄다는 사실일 것이다. 로드 바이크를 산 건 중학생 때였다. 평소부터 자전거를 타는 걸 좋아하던 내게 아버지가 선물해준 것이었다. 6만엔 정도의 저렴한 모델이었지만 취미로 타기에는 더할 나위가 없었다. 아버지의 직장 일로 이사를 자주 다니는 터라, 종종 통학도 하곤 했던 나에겐 최고의 선물이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나는 사이타마 현에서 쿄토 부 후시미 구로 이사를 했다. 공부는 곧잘 했던 편이기에 근방에서 제일 성적이 좋은 곳에 여유롭게 원서를 넣을 수 있었다. 쿄토 후시미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자전거 경기 부가 있는 걸 알게 되자, 나는 기왕 로드 바이크도 있는 김에 부에 들어 보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게시판에 붙어 있는 자전거 경기부의 홍보지를 구경하고 있던 참에 2학년 선배가 말을 걸어왔다. 머리를 왁스로 올린, 학교에 한두 명 있을까 말까 한 미남자였다.
「자전거 경기 부에 관심 있나? 내는 2학년 이시가키 코타로야. 우리 학교는 매년 인터하이에도 출전하는 강호교대이. 경험자가 아니라도 탈 수 있어. 우리 부는 꽤 화기애애한 분위기거든.」
「아, 그, 네... 마침 저도 바이크가 있어 가지고... 좀 생각 중이었어요.」
「말투를 보니, 타 지방에서 왔나 본데? 이사 왔으니 친구도 사귈 겸 생각해보그래이.」
굉장히 싹싹하고 친절한 선배라고 생각했다. 원래부터 들어갈 생각이었는데다가 권유까지 받았으니 굳이 거절할 이유도 없었다. 나는 그 길로 그를 따라 부실에 입부 신청서를 쓰러 갔다. 우리 학교는 자전거 부가 유명하다는 그의 말처럼, 비록 작지만 따로 별채도 마련되어있을 정도의 환경이 갖추어져있었다. 작은 탁상에 앉아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자 신입 부원이 반가운 듯 선배 하나가 다가왔다.
「오, 뭐꼬, 이시양! 새 부원이가? 니는 참말로 예전부터 부원 낚아오는 데에는 재주가 있다니께!」
나를 데리고 온 그와 꽤 친한 듯 쾌활한 말투로 대화를 걸어온 남자는 이어 내 어깨에도 스스럼없이 팔을 두르며 자신을 소개했다.
「내는 이하라 토모야라고 한데이. 2학년이야. 우리 부의 비주얼 담당이자 분위기 메이커제! 뭐든지 모르는 게 있으면 물어보그라!」
「ㄴ, 네... 감사합니다.」
나는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여 대답하고는 입부 신청서를 마저 써 내려갔다.
*
몇 개월 간의 부 활동은 꽤 재미있었다. 그럭저럭 연습을 하고 그럭저럭한 결과를 냈다. 딱히 주전이 되고 싶은 마음은 없었고, 부는 비록 전체적인 수준은 높았지만 한 명 한 명에게까지 혹독한 연습을 강요하진 않았다. 열심히 하고 싶은 사람은 열심히 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자기가 할 만큼 하고 나머지 몫만큼 주전들을 서포트 해주면 됐다. 참으로 합리적이었다.
인터하이는 꽤나 성공적으로 끝났다. 비록 종합 성적은 9위에 그쳤지만 첫날 야스 선배가 단상 위에 오른 것만으로도 우리에게는 쾌거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20팀 이상이 나오는 이 인터하이에서 9위라는 것은 적어도 중간은 갔다는 의미가 아닌가? 다른 부원들이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는 동안, 나는 그저 묵묵히 수건을 들고 뛰어다니면서 부원들의 땀을 닦아 주었다. 나는 그 정도의 사람으로 남는 것에 만족했다. 지금의 자리에 안주하는 것이 마음이 편했다. 상승 욕구를 가지는 순간 내 자그마한 행복은 어그러져버릴 것이라는 걸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래, 그렇게 잘 알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내가 태어나서 처음 접한, 모든 것에서 완벽한 사람은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분위기 메이커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하라 선배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항상 재미있는 농담을 던지고 새로운 소문을 가지고 와 흥미를 갖게 만드는 건 이하라 선배의 일이었다. 그러나 늘 뒤쪽에서 모두의 대화를 지켜보곤 하던 나는 부원들의 중심이 바로 그라는 것을 알았다. 그는 이하라 선배나 미즈타만큼 말이 많은 편은 아니었으나 부원들은 그가 얘기를 꺼낼 때면 더 큰 관심을 보이곤 했다.
그것은 일종의 아우라였다. 냄새였다. 그가 의도해서 만들어낸 것이 아닌, 보이지 않는 종류의 무언가였다. 잘생긴 얼굴, 체육 만능, 성적 우수, 친절한 성격, 적당한 키, 좋은 몸. 그를 이루는 그러한 요소들이 마치 그의 주위로 둥둥 떠다니며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듯했다. 그의 의견은 다른 사람들의 그것보다 왠지 더 중요하게 여겨지곤 했고, 그가 던지는 농담은 왠지 더 재미있는 것만 같았다.
그는 별로 틀에 찍어 낸듯한 모범생 같은 타입은 아니었다. 2학년 몇 명과 함께 옹기종기 모여 한 학년 위의 선배들이 조심성 없이 부실에 놔두고 간 야한 잡지를 읽다가 들켜 야스 선배에게 딱밤을 맞은 적도 있었고, 교칙을 지키지 않고 반 친구들끼리 남녀 섞여서 노래방을 갔다가 크게 혼난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런 조금의 일탈은 오히려 인기인의 필수 조건이기도 했다. 그가 그러한 종류의 이야기들을 멋쩍다는 듯이 꺼내놓을 때에, 그것을 흥미로워하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
나는 그를 선망했다. 그에게 인간적인 호감을 품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 그가 입을 열면 모두 귀를 기울였다. 늘 소위 '잘 노는' 녀석들은 공부를 못하든, 성격이 더럽든, 얼굴이 못생겼든, 하여튼 뭔가 부족한 점이 있다고 굳게 믿어왔던 나에게, 태어나서 그러한 팔방미인을 처음 만나본 나에게, 그의 존재는 고무 망치로 머리를 때리는 듯한 충격과도 같았다. 나는 그가 너무도 부러웠다. 나는 분명히 지금의 나 자신에 만족하는 사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빛나는 청춘의 요소들을 한데 뭉쳐놓은 듯한 남자를 반년 가까이 지켜보면서 근본 없는 열등감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당시의 나는 그것이 열등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 무렵의 나에게 그는 너무도 대단한 존재였기에 감히 그런 단어로 내 마음을 정의 내릴 용기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대신 나는 나의 그 감정을 인기에 대한 갈망이라고 정의 내렸다. 인기 있고 싶었다. 잘난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스스로 내가 그렇게 되지 못한다는 것 또한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
인터하이의 열기가 아직 어렴풋이 남아있던 9월, 자전거 경기부는 가을 합숙을 떠났다. 친목과 펀 라이드를 목적으로 하는 합숙이자 곧 은퇴할 3학년들과 마지막으로 작별 인사를 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언제나 화기애애한 쿄후시 자전거 경기 부에게 꼭 맞는 일정이었다. 합숙 장소는 작은 버스를 빌려서 세 시간 정도 타고 가면 나오는 곳이었다. 버스가 출발하기 전 내 옆자리에 그가 앉자, 나는 내색하진 않았지만 속으로는 새로운 주장이 된 그와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누어 볼 수 있겠다는 기대에 사로잡혔다. 내 터무니없는 소망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어쩌면 그가 나의 진면목을 발견하고 자기가 특별히 아끼는 후배로 삼아주어 나도 드디어 고교 카스트에서 신분이 한 등급 오를지도 모르겠다는 망상까지 뻗기 시작했다.
「날씨가... 좋네요! 이시가키 선배!」
「응? 아, 응, 그렇제. 하늘도 맑고...」
버스의 좁은 복도를 사이에 두고 옆으로 앉은 츠지, 이하라 선배와 즐거운 듯 대화를 나누고 있던 그는 갑자기 말을 걸어온 나에게 조금 놀란 듯 보였으나 특유의 친절한 목소리로 대답해주었다.
「네, 그렇죠, 그, 해도 쨍쨍하고요. 어, 이제 가을인데도 별로 춥지도 않고.」
「음, 맞다. 아직 반팔 입어도 안 춥대이, 그제?」
더 이상 대화를 이을 주제를 찾지 못해서 더듬거리고 있는 나를 조금 기다려주던 그는 한번 싱긋 웃어 보이고 다시금 몸을 돌려 복도 건너의 두 선배들과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그! 저... 3학년 선배들이 졸업하니까, 쓸쓸하네요!」
내 허무맹랑한 상상이 멀어져 가는 것을 느낀 내가 다급하게 다시 말을 걸자, 그는 한숨을 작게 한 번 내쉬더니 이번에는 내 쪽으로 살짝만 몸을 돌리고 굉장히 미안하다는 투로 말을 꺼냈다.
「그러게. 그런데, 저... 지금 우리 셋이 음, 무슨, 부 활동에 대한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말이대이. 음~ 그러니께, 조금 미안하지만... 그런 얘기는 좀 이따가 할 수 있을까? 이해해주겠지?」
「아, 네, 넵...!」
그는 이해해줘서 고맙다는 듯이 내 등을 한 번 두드려주고는 다시 친구들과의 대화로 돌아갔다. 그리고 나는 잠시 동안 멍청한 상상을 품었던 자신을 질타하며 귀에 이어폰을 꽂았다. 이어폰 고무 사이로 시답지 않은 주제의 세 사람의 수다 소리가 들려왔다. 조금 비참한 기분이 들었다.
그가 그런 식의 상냥한 말투로 입바른 거짓말도 하는 사람이라는걸, 나는 꽤 잔인한 방식으로 깨닫고야 만 것이다.
「그러고 보니 니들은 고등학교 졸업하면 어디로 갈 거가? 아, 어이 노부! 누가 과자 가져오래? 우리도 좀 도!」
별로 중요하지 않은 대화가 몇 번 오고 간 후, 이하라 선배가 지나가듯 내뱉은 말에 츠지 선배는 조금 심각하게 고민을 하는 듯했다.
「글쎄, 으음... 대학도 가고 싶지만, 취업하는 편이 좋을지도... 내는 아직은 잘 모르겠다. 이시양은?」
「낸 고등학교 졸업하면 바로 취업하려고. 뭐, 딱히 할 것도 없고. 배우고 싶은 것도...」
「그래? 의외네! 야, 이 과자 윽수로 맛있다. 좀 먹어보그라!」
「글게! 노부, 니 이거 어데서 샀노?」
나는 방금 스치듯 들은 사실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그렇게 말해선 안 됐다. 내가 생각하던 그는 좀 더 큰 꿈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 대학에 들어가서 어느 학과를 전공하겠다던가, 프로 로드 바이크 팀에 들어가겠다던가, 아니면 얼른 입사를 해서 젊은 나이에 높은 직위까지 올라가겠다던가. 그냥 귀찮으니까 취업이나 하겠다는, 그런 하품 나올 만큼 따분한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는 게 믿을 수가 없었다. 물론 나 또한 내 미래를 대강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긴 했지만, 그래도, 그래도... 나와 달리 완벽하고 특별한 사람인 그가?
아니면, 사실은 그가 별로 특별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
4월이 되고 학년이 바뀌었다. 입학식이 있던 날, 부는 자율 참가였고 평소부터 부 활동에 열심은 아니었던 나는 오랜만에 학교에 나와 지친 몸을 이끌고 일찍 집으로 돌아갔다. 그날 그 순간, 부에서 다시없을 정권 교체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첫날부터 1학년이 일곱 명이나 들어왔다는 소식에 선배 행세를 할 기회가 생긴 것에 기뻐하며 부실 문을 연 나는 바로 전날과는 판이하게 달라진 분위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집에 간 동안 대체 무슨 일이 생겼던 것인지 알 방법은 없을까. 나는 평소에 나와 비슷한 타입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같은 학년의 야마구치 노리유키에게 슬그머니 말을 걸었다.
「야마구치, 어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왜 이렇게 다들 분위기가 침울해?」
「그게... 이번에 굉장한 1학년이 들어와서 말이대이,」
「그래? 그렇다면 기뻐할 일 아니야? 어째서...」
내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부실의 문이 열리더니 처음 보는 키가 큰 1학년이 유니폼을 입고 성큼성큼 걸어들어왔다. 얇은 눈꺼풀을 두어 번 깜빡이면서, 물고기처럼 튀어나온 그의 눈이 부원들을 천천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오른쪽 어깨에 메고 있던 가방에서 작은 노트를 꺼내더니 치열을 몇 번 부딪힌 후 입을 열었다.
「어제 안 나온 자쿠들은 이리 와서 내한테 이름, 학년, 각질, 레이스 출전 및 입상 경험을 말하도록 해. 그리고 롤러에 올라가서 1km를 달리고 타임을 기록해서 오그래이.」
신입생 주제에 지금 무슨 말버릇이냐고 화를 내고 싶었지만, 그 이상한 1학년에게서 풍겨오는 묘한 위압감은 내 입을 꾹 닫게 하는데 충분했다. 그때 그가 먼저 나섰다.
「저, 미도스지. 어제도 말했지만, 네가 원하는 부원들의 정보는 이미 명단에 다 기록되어 있대이. 그걸 보면...」
미도스지라고 불린 녀석은 쯧, 하고 혀를 한번 차더니 고개를 도저히 인간 같지 않다고 생각될 만큼 이상한 각도로 꺾으며 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가 흠칫하는 것이 느껴졌다.
「아아, 네. 주장님이 그렇게 말씀 안 해주셔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굳이 두 번이나 말 안 해줘도 돼.」
존대로 시작했던 문장이 어느새 반말로 딱 떨어졌다.
「내가 원하는 건 절대적으로 내 말에 따르는 수족, 군대, 독재 팀이라고 말했을 텐데? 정보는 권력이야. 그리고 그 권력은 누군가가 이미 써놓은 글을 그대로 베껴 쓰는 것에서는 나오지 않아. 직접 수집한 정보가 아니면 의미는 없어!」
미도스지는 그렇게 일갈하고는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다는 듯이 몸을 돌렸다. 그 또한 잠자코 입을 다물었다. 순간, 내가 느낀 것은 실망감이었다. 아무리 이 징그럽게 생긴 신입 부원이 우리를 위협한다고 한들 그는 부장이고 또 에이스였다. 그냥 부에서 쫓아내거나 호되게 혼내면 될 문제 아닌가. 그는 그럴 권리가 있었고 또 다른 부원들을 위해서라도 그렇게 해야만 했다. 그런데 단지 미도스지라는 놈이 무서워서─
그렇게 생각하며 그의 얼굴을 힐끔 쳐다본 나는 금세 내 생각을 철회했다. 그의 표정에 나타난 것은 공포나 위축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보다는 분노... 그리고 그가 늘 말하곤 하는 인내였다. 그는 화가 나 있었지만 특유의 참을성으로 그것을 참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 또한 이해가 안 되기는 마찬가지였다. 대체 왜 저 괴물의 횡포를 참고만 있단 말인가?
그 답을 안 것은 인터하이가 다음 달로 다가왔을 때였다.
평소처럼 화이트보드를 끌고 들어오는 부의 에이스를 보고 늘 그랬던 것처럼 훈련에 대한 설명이 시작되려나 싶어서 부원들이 모여들자, 미도스지는 귀찮다는 듯이 손을 내저으며 주전 다섯 명 외에는 모두 부실을 나가라고 쏘아붙였다.
「네? 나가라구예? 어디로...?」
「몰라, 내가 알 바가? 알아서 연습이나 하던지, 롤러나 굴리던지 하래이. 지금부터는 인터하이에 대비한 계획을 세운다. 작전이 다른 학교에 새어나가선 안 되겠지? 그러니 그 계획에 대해 주전도 아닌 자쿠들에게까지 설명해줄 의무는 없어.」
그 말을 끝으로 부실의 문은 큰 소리를 내며 닫혔다. 나를 포함한 부원들은 잠시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자율적으로 연습 라이딩을 하기로 했다. 그 이후 몇 주 동안 계속해서 레귤러들과 아닌 부원들의 분리 훈련이 이루어졌다. 다 같이 연습을 할 때조차 미도스지는 작전들의 내용을 절대로 길게 설명하지 않고, 오직 주전들에게만 '페이즈-N'라는 단어를 통해 명령을 내렸다. 레귤러들 자신도 그 내용을 발설하지 못하는 건 물론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주전 멤버도 아닌 내가 그 대화를 듣게 된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그날따라 바람이 시원해서인지, 나답지 않게 조금 연습을 많이 한 날이었다. 샤워를 마치고 부실로 통하는 문을 열기 위해 손잡이를 잡기 무섭게 문 너머에서 이하라 선배의 거친 투정이 들려왔다.
「그 자식, 진짜 미친 거 아니가? 씨, 아... 진짜... 존나 어이없네...」
그러고 보니 레귤러들은 추가 연습이 있었던가.
「이하라, 목소리 좀 줄이그래이.」
「뭐냐고, 그 작전! 페이즈 13? 숫자도 존나 중2병 같이 붙인 것 좀 봐라. 평지에서 좆 빠지게 써먹어놓고 쓸모 없어지니까 버리겠단 거가? 아니, 뭐, 때에 따라선 부득이하게 그런 상황이 올 때도 있어, 그건 인정한대이. 그렇지만 대놓고 페이즈 번호까지 매겨가면서 준비하란 건... 아 그야, 츠지, 니는 클라이머니까 별로 화도 안나겠제!」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내도 미도스지의 방식을 용납할 수 없대이. 니나 야마를 버려가면서까지...!」
츠지 선배가 맞서서 목소리를 높였다. 늘 조용하고 착한 선배라고 생각했기에, 조금 의외였다.
「토모야, 죄 없는 츠지에게 짜증 내지 말그라. 츠지도... 평소엔 나랑 토모야를 진정시키는 타입이잖아. 너까지 와 그러노?」
세 번째로 끼어든 목소리는 그였다.
「니는 진짜 화도 안 나나, 이시양? 낸 솔찍히 이해가 안 간다 아이가... 제일 화내야 하는 건 너 아니냐고.」
「아, 물론 내도 화난다. 화나지마는... 그래도 어쩔 수 없잖아. 내도 이기고 싶어서 로드를 하고 있어. 그건 토모야나 츠지도 마찬가지 아이가? 그리고... 이기기 위해선 그 녀석이 필요하니까.」
필요. 그 단어가 귀에 강하게 꽂혔다. 뭔가... 위화감이 들었다.
「또 페이즈 13은─ 미도스지 그 자식도 그냥... 상황에 따라서는 어쩔 수 없이 그럴 수도 있다, 이런 의미겠제. 실제로 그 앞에 페이즈 11, 12도 배정되어 있고. 그걸 이행하고 나면 타이밍 상 충분히 따라올 수도 있지 않긋나?」
「따라와! 따라갈 거라고, 젠장. 야마랑 내랑 둘이 합심해서 따라붙어 주지.」
「그래, 말이 버린다는 거지, 실제론 그냥 잠시 흩어지는 것 뿐이니께.」
츠지 선배의 말을 마지막으로 세 사람의 대화는 잠깐의 정적을 맞이했다.
「...이시양, 설마 그 자식이 진짜 스프린터를 버리진 않겠지?」
이하라 선배가 불안한 듯이 질문을 던지는 것과 거의 동시에 갑자기 샤워실 쪽으로 누군가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일부러 엿듣고 있던 것도 아니었지만, 나는 당황해서 샤워 부스의 칸막이 뒤로 몸을 숨겼다.
벌컥.
「당연하지, 설령 그 녀석이 그렇게 한다고 하더라도 그때 가선 내가 끝까지 막을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그래이.」
문을 연 것은 그였다. 환기 목적이었는지, 그는 벽에 붙어있는 작은 창문을 열고는 금세 등을 돌려 샤워실을 나갔다. 뒤쪽에서 이하라와 츠지 선배가 가방을 메고 있는 것이 얼핏 보였다. 부실 문을 열고 닫는 소리가 철컹, 철컹하고 두 번 들리더니 인기척이 멀어져 갔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그가 이하라 선배의 물음에 대답할 때의 표정을 본 것은, 오직 나뿐인 듯했다.
*
인터하이 첫날 거둔 대 쾌거에 쿄토 후시미 숙소는 늦은 밤까지 기대와 기쁨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우리는 미도스지가 따 온 노란 번호표를 신기한 듯 한 번씩 쳐다보고 만지작대면서, 조그마한 상 위에 조금 떨어져 있는 편의점에서 사 온 과자와 음료수를 꺼내 놓고 소박한 축하연을 즐겼다. 정작 그 번호표의 주인은 귀찮다는 듯 일찌감치 방에 들어가 있었지만 말이다. 3명 동시 골인이라니, 그런 건 지금껏 듣도 보도 못했지만 아무렴 어떤가. 어쨌건 1위라는데. 이대로만 간다면 내일도 분명...
모두 섣불리 입에 내지는 않았지만, 미도스지가 약속했던 달콤한 그 한 마디를 꿈꾸며 잠에 드는 듯했다.
「수고하십니다!」
스프린트를 따고 당당하게 급수 포인트를 지나쳐가는 부원들에게 보급품 가방을 건네준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희열에 찬 채로 돌아보았다. 미도스지는... 그 건방진 1학년은 분명 우리에게 승리를 가져다줄 것이다. 기대는 확신이 되었고 확신은 한계까지 차올라 흘러넘쳤다. 주변에서 언제 자신들의 팀이 올지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 치바 소호쿠와 다른 학교의 부원들이 우습게까지 보였다.
다음 급수 포인트에 먼저 가서 기다리기 위해 학교 밴에 타고 달리고 있을 때였다. 후나츠라는 1학년생이 주최 측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더니 별안간 안색이 파리해졌다.
「무슨 일이야? 후나츠.」
「그, 그게... 야마구치 선배와 이하라 선배가 산악 구간에서 리타이어, 했다고... 본부 차에 태우고 오고 있다는데, 아무래도 저희가 픽업해야 할 것 같아예.」
다들 무슨 일인지 짐작조차 하지 못해 아연실색하고만 있었지만, 나는 그날 샤워실에서 엿들었던 그 계획을 어렴풋이 떠올렸다. 결국 실행한 건가, 미도스지. 그리고... 그는 결국 미도스지를 막지 않았구나. 내가 그 소식에 그다지 놀라지 않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나는 내심 이 일을 예상하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그가 이하라 선배에게 절대 버리지 않겠다고 약속할 때의 그 표정을 본 이후로 계속.
우리는 갓길에 밴을 세우고 본부의 차가 올 때까지 잠시 기다렸다. 우리 밴 옆에 본부 이송 차가 도착하고 야마구치와 이하라 선배가 안색이 어두워진 채 비틀비틀 내리자, 1학년 두 명이 쏜살같이 뛰어나가 둘을 부축해서 밴까지 데려왔다.
「괜, 괜찮으십니꺼, 선배님들?! 무슨 일이에예? 혹시 낙차라도 벌어졌다거나...」
「......」
후나츠가 수건으로 둘의 땀을 닦으며 불안한 듯 물어보자, 야마구치는 아랫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숙였다. 조금 더 기운이 있는 이하라 선배가 창밖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느 정도 체념한 것일까.
「아니대이, 그런 건. 그냥... 원래부터 미도스지 그 자식이 계획했던 일이야. 우리는 버림받은 거다. 산악 구간에서는, 스프린터가 쓸모없으니께.」
「왜 이시가키 선배는 그놈을 말리지 않았나요?!」
생각보다 말이 먼저 튀어나갔다. 이하라 선배는 늘 조용하고 별로 의견 표출이 없는 내가 소리를 쳤다는 사실이 신기한지 나를 빤히 쳐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이시양이라고 무슨 방법이 있었겠냐? 그 괴물이 하라고 시키는데. 게다가 츠지도 노부도 있었는데 둘 다 말리지 못했다 아이가.」
「그, 그렇지만, 이시가키 선배는... 이시가키 선배는...」
선량하고, 또 용기 있고, 특별한 사람일 터인데.
「걔도 별 수 없었겠지... 나쁜 건 미도스지 아니긋나. 에휴, 씨. 뭐 됐대이. 분하지만 우짜겠노. 이미 리타이어는 해삣는데. 1등이나 하길 바라야제.」
이하라 선배의 덤덤한 반응이 당황스러운 한편으로는 납득이 되기도 했다. 승리를 위해 미도스지가 필요하니까 참고 있을 뿐이라고 말하던 그의 말이 다시금 떠올랐다. 그래, 그는 그냥... 그냥 평범한 사람이구나. 생불도 성자도 아니고, 완벽하지도 않으며, 그저 아주 보통으로 이기적이고 가끔은 거짓말도 하고 죄책감을 느끼는, 평범한 사람.
「저는 이시가키 선배를 불렀어예.」
그때까지 가만히 있던 야마구치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선배는...」
「에이, 너무 신경쓰지 말그라! 그 녀석 분명히 속으로 엄청 사과했을걸? 미안하다~ 야마구치~ 토모야~ 하면서 말이대이.」
「그거야 그렇겠지만...」
다음 말이 짐작되는 것 같았다. 속으로 사과를 하면 뭘 하나. 어쨌건 가버렸는데. 나는 야마구치가 그에 대해 나와 비슷한 기대를 품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기대가 클수록 실망도 큰 법이었다. 그 괴물에게 반발할 수 있을 만큼 특별하다고 믿었던 주장이기에 더욱.
내 선망의 대상이 사실은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상냥하고 인내심이 조금 더 강할 뿐인 지극히 보통의 존재라는 것을 깨닫기엔 일 년 남짓이 걸렸다. 내 안의 그가 범인(凡人)의 영역으로 끌어내려지는 것과 동시에 그동안 품어온 열등감이 해소되는 느낌이었다. 돌멩이인 것을 보석인 줄로만 알았다.
그날의 결과는 종합 3위였다. 실망스러웠지만, 그렇게 나쁜 결과도 아니었다. 어쨌거나 3일차에서 1등 하면 되니까. 그렇지만 미도스지는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부를 탈퇴하겠다며 자전거를 타고 떠나버린 그의 뒷모습을 멍청히 바라보던 우리들은 몇 번이고 쿄후시의 유일한 에이스가 사라져버린 어둠을 돌아보며 터덜터덜 숙소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닌 뭘 도게자까지 하노? 저 자식이 그런다고 들을 놈이냐?」
「......」
이하라 선배가 그에게 핀잔주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게, 뭘 그렇게까지. 그가 평소보다도 조금 오버해서 행동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피곤했고 자고 싶었다. 내일의 일은 미즈타가 발사대에 그가 에이스를 한다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싶었다.
*
미도스지가 돌아왔음에도 불구하고, 3일차의 결과는 처참했다. 쿄토로 돌아오는 버스 안은 꽤 침울한 분위기였다. 뒤끝 없는 타입인 이하라 선배와 아침에 미도스지가 돌아온 이후부터 이상하게 하이 텐션이었던 그를 제외하고, 다들 탈력감에 한마디도 꺼내지 않고 있었다. 야마구치나 미즈타는 아까까진 애써 미소 짓고 있었지만 버스에 타고 몇 분이 채 지나지 않았을 때부터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얼굴에 잘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츠지 선배 또한 눈에 띄게 허무해 보였다.
쓰려져있는 미도스지에게 그는 따로 시간을 내달라고 부탁까지 하면서, 대체 무슨 이야기를 했던 걸까. 물어볼 만큼 궁금하진 않았다. 나는 창에 머리를 기대고 잠을 청했다.
인터하이가 끝난 후로 나는 본격적으로 여름 방학을 즐기기 시작했다. 주전들이나 열심인 부원들은 방학 중에도 부 활동을 나갔지만, 적어도 나는 아니었다. 2학기가 되기 전 아버지가 나를 불렀다. 후시미 구에서 가미교 구로 이사 가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후시미에서의 1년 반은 그럭저럭 괜찮았지만, 뒤 끝은 좋지 않았다. 전학을 간다고 해서 아쉬울 일은 없었다. 나는 미즈타에게 라인을 보냈다. 이사를 가게 되었다는, 그래서 부를 탈퇴한다는 짧은 메시지였다.
'그래, 아쉽게 됐다. 그리고 나한테 라인 한 건 좋은 선택이야! 그동안 부활을 안 나온 너는 모르겠지만, 사실 차기 부장이 나로 확정 됐거든.'으로 시작하는 장문의 라인을 받은 것을 끝으로, 나와 쿄토 후시미 자전거 경기부의 인연은 끝이 났다.
*
이곳에 이사오고나서 알게 된 사실 중 가장 유용한 것은 가미교 구의 맥도날드는 다른 지역보다 특출나게 맛이 있단 사실이다. 나는 늘 치즈 버거를 먹곤 했다.
뒤에서 떠들던 고교생 무리가 자리를 뜨기 무섭게, 방금 문을 열고 들어온 젊은 남자 한 명이 의자를 차지했다. 아무 생각 없이 뒤를 돌아본 나는 익숙한 헤어스타일을 보고 놀라서 무심코 소리를 내고 말았다.
「어, 이시가키 선배?」
90년대 날라리 같은 머리를 한 남자가 어깨를 움찔하더니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또한 나를 알아본 것 같았다.
「아, 너는, 그때 자전거부의...! 이사 갔다더니, 여기였나?」
그는 반갑다는 듯이 자기 트레이를 들더니 내 앞에 와서 앉았다. 그와 나는 비록 어색한 사이였지만, 일 년 만에 만난 같은 부의 선후배라 함은 자고로 없던 대화 주제도 생기게 만드는 것이었다.
「이시가키 선배는 이쪽에 근무하시나 봐요. 저는 지금 고3이라...」
「근무? 하하, 아니... 나 지금 대학생이대이.」
나는 먹던 콜라를 도로 뱉을 뻔했다.
「대학생이요? 그렇지만... 제가 알기론 바로 취직하신다고...」
「아, 알고 있었나? 뭐, 그럴 생각이었지. 그런데 그게... 그렇게 되더라.」
그는 멋쩍은 듯이 웃더니 꿈꾸는 듯한 눈빛으로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의 그런 표정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나는 맥박이 세차게 뛰는 것을 느꼈다. 입이 바싹바싹 말랐다.
「할 일도 없다고 하셨잖아요. 배우고 싶은 것도 없고. 로드도,」
「미도스지가,」
「네?」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미도스지? 그 괴물? 그가 말할 거라고 짐작했던 모든 말들 중에 가장 예상치 못한 단어였다.
「너도 알지? 우리 쿄후시의 하나뿐인 에이스 말이대이. 미도스지가 다음 주에 두 번째 인터하이를 나가. 미도스지는...일 년 동안 정말 노력했어. 누구보다도 올곧게, 열심히. 똑바로 앞만 바라보고.」
「이시가키 선배,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갑자기.」
「일부러 자전거 경기 부가 있는 대학을 골랐대이. 로드를... 계속 타고 싶어서. 그 녀석의 주행을 보면 나 말고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하게 될 거야.」
아니요, 그럴 리가요. 말이 목 끝까지 올라왔다. 그 자식을 보고 그런 생각을? 선배 말고는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걸요.
나는 아무 말없이 감자튀김을 입에 쑤셔 넣기 시작했다. 머리가 핑핑 도는 것 같았다. 그는 그냥 적당한 중소기업에 입사해서 회사원으로 살다가, 적당히 아름다운 여성을 만나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는 평범한 사람이니까.
잠깐 정적이 흘렀다.
나는 그의 얼굴을 흘끔 쳐다보았다. 그의 표정은 들떠있었고 눈은 빛났다. 그와 같은 부였던 1년 반 동안 한 번도 본 적 없는 방식으로, 깊이를 알 수 없게, 빛났다.
「이시가키 선배. 쿄토 후시미가 이번에는 우승할 것 같나요?」
「그럴 거라고 믿어. 그러면 좋겠제. 미도스지가 가장 바라는 것이기도 하고... 그 녀석이라면 할 수 있을 거야.」
그걸 물은 게 아니었는데. 내가 궁금한 건 쿄토 후시미였지, 미도스지가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내 떨떠름한 표정을 보지 못한 듯, 미도스지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하기 시작했다. 무엇이 그를 이렇게 바꾸어 놓은 걸까? 내가 쿄후시를 떠나고 무슨 일이 있었길래?
나도 보고 싶대이, 미도스지가 일등으로 골에 들어오는 모습을. 그렇게 중얼거리는 그의 표정은 누구보다 애틋했다. 미도스지의 이야기를 할 때 그는 누구보다 특별한 사람이었다.
보석인 줄 알았는데 돌멩이였다.
바위인 줄로만 알았는데, 별 옆에서는 달이었다.
그는 빛나고 있었다.
나는 잠자코 입에 치즈 버거를 쑤셔 넣었다. 이런 사랑 이야기에는 잘 끼지 못하는 나였기에.